눈 깜짝할 사이에 그르칠 우리 인생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르칠 우리 인생
  • 박영재 교수(서강대)
  • 승인 2016.02.01 16: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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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17.

성찰배경: 2016년 새해도 벌써 1월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난해 연말 고등학교 동창 가운데 건설업에 종사하다가 50대 무렵부터 판소리를 익혀 공연도 다니는 친구와 만났었는데, 어느새 시인이 되어 동인시집까지 출간하여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을 받고 한 번 더 놀란 것은 동인 가운데 인생을 정리할 나이인 80세 무렵의 할머니 세 분이 시의 세계에 입문해 오년 동안 시인으로 멋진 인생을 사시다가 85세 무렵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귀천歸天하셨다는 것입니다. 특히 시집 가운데 백태희 할머니께서 남기신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유작 시는 우리로 하여금 조사어록이 아닌 시집을 통해서도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우쳐주고 있네요.

“달리는 차창 밖으로 세상이 휙휙 지나간다/ 한 치 앞의 미래가 금방 현재가 되고/ 뒤미처 과거가 되어 멀어져간다/ 거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던 에덴동산에/신이 내린  가장 가혹한 형벌/ 시간”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선의 스승들께서 제자들을 정신 번쩍 들게 하여 허송세월하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게 하는 가르침들을 먼저 살펴보고 그런 다음 이해와 실천은 별개이기에 4개월 동안의 집중 참선 수업을 통해 변화된 초심자 수강생의 실천 사례 하나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르칠 우리 인생

혜개 선사의 ‘눈 깜짝할 사이’

무문혜개 선사의 저작으로 선종 최후의 공안집인 <무문관> 가운데 ‘무문자서’의 말미에 보면 다음과 같이 빠른 세월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만일 (목숨을 걸고 일상 속에서 온몸을 던져 치열하게 지속해야할 자기성찰 수행을) 주저한다면 (실내에 있는 사람이) 창밖을 질주해가는 말을 쳐다보는 것과 같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 (소중한 100세 인생을) 그르치고 말 것이다.”[設或躊躇 也似隔窓看馬騎 眨得眼來 早已蹉過.]

만공 선사의 ‘염라사자’ 발자국 소리

또한 일제강점기를 사셨던 만공 선사께서 하루는 젊은 수좌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허송세월하지 말라는 일갈을 하셨다고 합니다.

“시계가 ‘째깍째깍’ 하는 소리가 자네들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가?” 제자들이 이 질문에 어리둥절해 하자, 즉시 “네 놈들을 잡으러오는 염라사자의 발자국 소리니라!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치열하게 수행하도록 해라!”라고 일갈一喝하셨다고 합니다.

마조 선사의 ‘일면불! 월면불!’

한편 마조馬祖(709-778) 선사께서 임종 직전에서조차 허송세월하는 제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긴 세월이라느니 짧은 세월이라느니 하는 이원적 분별을 끊어버리게 한, 공안이 <벽암록> 제3칙에 담겨 있기에 소개를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조 스님이 병이 깊어 세상을 떠나려고 할 무렵 그 절의 원주 스님이 문병問病하러 와서 “스님! 요즈음 병세가 어떠하십니까?”하고 물었는데 스님께서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하고 대답했다.”

참고로 <불명경佛名經>에서 이르기를, 일면불의 수명은 천팔백세이고 월면불의 수명은 하루 낮 하룻밤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톨스토이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이 화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의 수십 년 일생은 150억 년인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지만 하루살이의 일생에 비하면 꽤 긴 세월이다.”
그러나 이해와 체득은 별개입니다. 쏜살같은 세월 속에서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긴 세월이라든가 짧은 세월이라든가 하는 상대적 견해에서 벗어나 ‘장단불이長短不二’의 세월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겠습니까?

군더더기: 참고로 필자가 1997년 1월 숭산 선사님께서 머무시던 화계사를 방문했을 때 자청해서 이 화두에 대해 점검을 받았었는데, 제가 처음 경계를 제시했을 때 이원적 분별이 개입된 군더더기가 조금 붙어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사께서 즉시 호통 치시며 이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저는 그 뜻을 즉시 파악하고 곧 군더더기가 떨어져 나간 경계를 다시 제시하자 빙그레 웃으시며 투과를 인정하신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초심자의 실천 사례

한편 우리 모두 자기성찰의 삶을 시작하는 시기가 젊으면 젊을수록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멋진 인생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5년 2학기 ‘참선’ 강의를 통해 바로 이런 세월 속에서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세월에 걸터앉아 세월을 자유자재하게 부리며 살게 하고자 했었는데, 제 의도를 가장 잘 알아차린 졸업 예정 수강생이 학기말에 마지막 과제로 제출했던 수정된 인생지도의 핵심내용을 발췌해 소개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매일 수식관과 성찰을 통한 삶을 실천한다면
2012학번 ‘참선’ 수강생
수업들을 종강하고 나서 돌이켜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라는 것이 아직 느껴지지가 않고, 내년부터는 학교를 떠나서 새로운 환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4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훌륭하신 교수님들로부터 수업을 수강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또 배우면서 많은 지식들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공과 교양 같은 지식이 아닌,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앞으로의 불확실한 삶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가는 내내 안고 가야 할 근본적인 문제들인데도 말이죠.

그러다가 마지막 학기에, 참선 강의를 수강하면서 이러한 답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참선 강의를 듣기 전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불확실한 삶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나 질문조차 던져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참선 수업을 수강하지 않고 졸업해버렸다면 아마 평생 이러한 고민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아랫배에 힘없이 하루하루를 맞이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령 이러한 고민을 했더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전전긍긍 했을 것입니다. 때문에 졸업 전에, 그것도 마지막 학기에 참선 수업을 통한 배움은 제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내가 성공한다면 선행을 베풀고, 기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교수님께서 해주시는 말씀들과 ‘신사홍서원’을 실행하면서 ‘성공한다면’이란 조건 없이도 지금도 소소하게 선행을 베풀 수 있는 것이 많고,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불어 선행을 베푸는 것이 무조건 주는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행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러한 마음을 지니며 살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매일 수식관과 성찰을 통한 삶을 실천한다면 타 지역이든 어디든,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낼 수 있겠다고 느끼면서 대학원 생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이전의 제게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 본문에서 발췌


관련 자료들:
<무문관> ‘무문자서’: http://www.seondohoe.org/257
일면불 월면불: 박영재 지음, <석가도 없고 미륵도 없네> 375쪽 (본북, 2011년)
매일 수식관과 성찰을 통한 삶을 실천한다면: http://www.seondohoe.org/96766
날마다 新사홍서원 실천하기: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38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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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스토커 2016-03-10 03:19:16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 아니 일면불월면불

말장난입니다

괴롭네요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 세상의 모든 것 어디서 어디로 가고

왜들 이렇게 악다구니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이 선사들 분발 하쇼

그러니 아들이 대가리를 안 깍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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