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잊혀진 원폭2세환우
잊혀지고 잊혀진 원폭2세환우
  • 합천 평화의 집
  • 승인 2016.01.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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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70년,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후손들] 3. 1945년 8월 6일, 그날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였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핵무기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0주년이 되던 해였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알지 못합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폭발과 화재,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이 70만 명에 달했습니다. 피폭 피해는 국적 인종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징용 등에 동원됐던 조선인들 역시 원자폭탄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한국인(조선인)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 지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약 7만 명, 나가사키에서 약 3만 명의 한국인이 피폭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중 5만 명은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피폭 한국인 가운데 4만 3,000여 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우리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원폭 피해자들은 차별과 멸시에 시달리다가 죽어갔습니다. 일상적인 삶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우리나라 정부는 외면했습니다. 피폭자와 그 후손들은 정부의 도움 없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어 ‘원폭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배상은 없었습니다. 원폭피해자 자신만 고통을 겪은 것이 아닙니다. 그 2세와 3세까지 피폭의 상흔이 대물림됐습니다. 2015년 9월 30일 기준으로 국내에 2,524명의 원폭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아픔은 우리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도 요원합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뜻에서 ‘합천 평화의집’과 함께 ‘잊혀진 70년, 한국인 원폭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원폭2세환우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는 무관한 해방 후 세대들입니다. 그러나 그 광기의 역사는 세기를 넘어 지금 이 시간까지 원폭2세환우들에게 대물림되어 우리들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원폭2세환우들의 삶은 과거 역사가 아닌 현재의 역사이다’(故 김형률) 中

▲ 원폭피해자 2세 김형률 첫 기자회견(ⓒ김봉대) 사진=합천 평화의집

한국으로 돌아온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가난과 고통, 차별은 그들의 자녀인 2,3세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원폭피해자들이 겪어온 일제식민지통치와 강제연행, 원폭으로 인한 피폭,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로부터의 방치 역시 그들의 자녀들에게 대물림되었습니다.

한국원폭2세환우는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자녀로서 원폭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원폭피해자 2,3세들 중 일부는 태어나자마자 사망하거나 혹은 장애나 질병을 갖고 태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한명이 11년 전 돌아가신 故 김형률씨였습니다. 형률씨의 어머니는 1945년 8월 6일, 부모님과 함께 히로시마에 거주하다가 피폭을 당하셨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원폭의 후유증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자녀인 형률씨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형률씨는 면역글로블린결핍증이라는 병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는데, 면역 수치가 신생아의 면역 수치와 거의 같을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져있어 기관지와 폐의 합병증에 시달렸습니다. 형률씨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본인이 원폭2세환우라는 커밍아웃을 하고, 원폭2세환우의 인권을 위해 싸우다 만 34세에 돌아가셨습니다.

형률씨가 사망한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원폭2세환우 문제에 대해 사회적 인식과 한․일 정부의 태도 등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원폭2세 문제는 단순히 생물학적 유전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학적 유전에 대한 부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저소득, 저학력 등의 사회적 부분 역시 후세대에게 유전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故 김형률 추모제(ⓒ합천평화의집)

현재 <원폭2세환우회>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들은 약 1,300여명입니다. 건강한 원폭2세들은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2세환우들은 평생 질병과 장애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편한 원폭2세환우는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어 부모인 원폭피해자 1세의 간호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원폭2세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방사선의 유전적 영향이나 후세대에 대한 피해 여부는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피폭자 원호법에 2세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1979년부터 매년 전국의 원폭2세들에게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쿄와 가나가와현, 오사카부 일부 지역에서는 암 검진과 의료비 지원까지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원폭2세들의 경우 기초적인 의료지원을 포함하여 지원 정책 자체가 전무하여 의료기관 이용 시 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환우 문제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는 단순히 개인 문제로만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과거와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문제입니다. 고통의 대물림과 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괴로워하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원폭2세환우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아픔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며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픔이기도 합니다.

합천평화의집은 2002년, 한국인 원폭2세피해자 故 김형률님의 커밍아웃에서 시작된 한국원폭2세 인권운동의 성과를 모아 2010년 3월, 한국원폭2세와 뜻있는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에 설립한 비핵․평화운동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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