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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1.11 09:55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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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82.

구랍 27일 서울행 KTX에서의 일이다. 필자가 옆자리에 앉은 귀여운 사내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니? >
서울이요. 아저씨는요?
<나도 서울, 우리 친구하자.>
네!
<몇 학년이야?>
3학년이요.
<많이 늙었구나. 3학년이나 됐어?>
꺄르르~(웃음). 에이, 전 젊어요.
<갓난아이들이 너를 보면 늙었다고 하지 않겠니? 어쩌다 그리 늙었냐고?>
에이, 그거하고는 다르잖아요.
<그런데 아저씨가 늙어 보이지 않니?>
아니오.
<그럼 100살 할아버지는?>
늙었지요.
<그럼 200살 할아버지가 보기에 100살 할아버지는 젊어 보일까?>
아니오.
<그럼 1,000살 먹은 할아버지가 보기에 100살 먹은 노인은 젊어 보일까?>
네!
.
... (아무 말도 없이 2,3 초가 흘렀다.)
.
어! 그게 이거네! (Eureka!)

이상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모든 대화이다. 정말 총명한 아이였다. 이 아이는 대화 끝부분에서, 마침내 논리의 대칭성을 깨달았다. 자기가 보기에 늙은 100살 할아버지를 1,000살 할아버지가 젊게 본다면, 자기가 보기에 젊은 자기를 갓난아이들은 늙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필자가 아무 설명도 안 했지만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늙음과 젊음의 상대성을 깨달았다. 늙음의 상대성을 젊음의 상대성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의 배움은 놀라울 정도이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일도 아니다. 우리는 늙어감에 따라 마음은 불량정신식품을 섭취하여, 몸이 늙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늙어가고 망상으로 채워지고 넘쳐흘러, 다른 이들까지 오염시킨다. 

기독교에서는 마음을 비우는 것을 금기시 한다. 마음을 비우면 악마가 들어온다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마음을 옳은 생각으로 즉 신의 말씀으로 가득 채워서, 그릇된 생각이 즉 악마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종교 교리에는 황당무계한 이론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이런 생각은 창조적인 생각의 생성과 새로운 지식의 유입을 막아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연계에서 동물새끼는 어미의 말을 믿고 따르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 어미가 먹으라는 것은 먹고 먹지 말라는 것은 먹지 말아야 하며, 어미가 도망가면 그 즉시 같이 도망가야 한다. 어미를 의심하다가는 굶어죽거나 천적의 먹이가 된다. 그래서 성체(成體)를 믿고 따르는 것이 뇌에 각인(刻印)되어있다.

(혹은 성체를 믿고 따르는 성향을 가진 놈만 살아남았고, 그 성향이 후대로 유전되었다. 이 현상은 종교의 근원을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이론으로 보인다: 어떤 집단에 종교가 있는 것이, 그 종교 교리가 참이건 거짓이건 간에, 없는 것보다 더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종교가 집단을 하나의 사상으로 묶어 정체성을 강화함으로써 단결시키기 때문이다. 커서도 자기 부모처럼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자기를 위해서 절대적인 지식을 전수해주고, 해야 할 것을 지시하며, 갈 길을 인도하는 존재를 간구하는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모든 것에 대한 절대적인 지식을 가진 자로 섬긴다면, 이는 자신이 아직도 유아기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종교는, 특히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종교는 인류 유아기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어린시절부터 종교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부모의 종교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어, 아직 선입관에 물들지 않은 순진한, 하지만 사리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마음을 망상으로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마음이 비었다는 것은 마음에 아무 생각과 지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지식과 생각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살면 매순간이 끝없는 깨달음의 순간이 된다.

진실로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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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16-03-01 05:39:21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문수보살 약사보살이라는 신적인 존재를 만들어
거기다대고 소원을 빌고
참나가 우주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적 행위이다.

在家 2016-01-11 19:07:35
종교 = 불교............로
같은 단어임이 맞어유

在家 2016-01-11 19:04:26
맴이 가난한 자 복이 인나니 텬국이 그대의 것 이니라
왼손이 허는 거를 오른 손이 모르게 혀라

耶蘇도 禪僧이여~~~

기도허믄 지옥간다 - - - 토마스福音

... 2016-01-11 14:02:16
김성철 교수님 자제분은 어릴 때부터 空을 배웠으려나?

근데 딴 얘기지만 "바불재는 △재가불자로서 회원은 자성삼보(自性三寶)에 귀의하며"라고 하던데 자성삼보(내 안의 불,법,승)가 혜능대사 말씀 이전에도 있었나요?

유레카 2016-01-11 12:19:40
1. religion(종교, 신앙) : 초자연적인 절대자 힘에 의존하여 인간의 고통을 해결,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체계

2.종교(宗敎): 마루(으뜸)가 되는 가르침, 불교의 별명.(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가르침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마루(으뜸)에 해당하는 가르침은 불교이다. '종교'라는 한자어의 기원은 불교에 있다. 종교는 불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서양인들은 불교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들의 종교개념인 religion에 불교를 포함시켜 버렸고 동양에서도 그 추세에 따라 오늘날 '종교'라는 단어들 무차별적으로 쓰게 됐다.

하지만 religion과 종교는 의미가 매우 다르다. religion는 '묶다'라는 어원을 가진다. 사람들을 묶는 기능, 그러니까 절대자나 초월적 존재에 복종 하나로 묶어 버리는 기능이 religion의 역할이다.

반면 '종교'로서의 불교는 내안의 것(사상,이즘,주의,주장등 인류가 만든 가르침들을 버려라)들을 모두 버려라,라고 하는 가르침이다. 초기불교식으로는 오온(몸과 정신활동)을 버려 열반상태를 체험하라는 것, 대승불교식으로는 모두 버리고(아공법공) 공(空)을 체험하여 사회로 회향하라는 것, 선불교식으로는 모두 버리고 텅빈각성으로 보살행을 하라는 것이다.

불교는 있지도 않은 절대자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가르치지도 않고 그런 사상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지'도 않는다. 깨어있는 개인이 되라고 강조할 뿐이다. 깨어있는 개개인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맑아질 수 있다는 것, 깨어있는 개개인들이 연대할 수도 안할 수도 있지만 연대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하나로 묶는'것과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불교를 religion차원으로 격하시켜서 다른 religion(신앙)과 동일한 범주로 놓고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주입하면 안된다? 불교는 '무아'가 되는 것인데 뭘 주입시키고 말고 할 것이 있기는 한가. 진정 불교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불교'를 강요하지도 주입하지도 않는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을 덜어내주고 버리게 끔 도와주는게 불교다.

religionr과 '종교' 본래의 의미인 불교를 혼동하거나 동일한 범주로 놓는 것은 불교를 모르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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