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조씨의 득성
창녕 조씨의 득성
  • 김규순 소장
  • 승인 2015.10.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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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62.

우리나라 성씨의 유래는 오래되었지만, 각 성姓마다 그 득성 시기와 과정이 다르다.

삼황오제와 하은주 시대에 만들어진 성씨의 유민들은 그 역사가 유수하다. 삼한시대 왕족이나 귀족들의 성씨의 경우 그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창녕의 진산 화왕산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성된 화왕산성이 있다. 이곳 산성 중앙에는 용지龍池가 있고, 동쪽에는 “창녕조씨득성지지”비석이 서 있다. 창녕조씨의 시조인 조계룡이가 태어난 곳이다.

<신라 진평왕(?-632)때 한림학사 이광옥의 딸 예향이 병을 고치기 위해 용지에서 목욕을 하다가 용과 사귀게 됐다. 둘 사이에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아이의 겨드랑이에 '조(曺)'자가 새겨져 있어서 성을 조가로 하고, 이름은 용의 아들이란 의미의 계룡(繼龍)이라고 지었다. 장성하여 공주와 짝을 짓고 창성부원군으로 봉해졌는데, 그가 창녕 조씨의 시조이다.>

▲ 화왕산성_용지(노란 표지 안쪽)과 득성비(사진 중앙에 바위가 모여 있는 곳

득성지로써는 매우 특이하고도 사뭇 색다르다. 산과 못(용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이다. 용지 또는 용연龍淵이라 불리는 연못에서 시조가 탄생하였다. 연못에다가 용龍자를 붙이는 이유는 최고의 신분, 즉 왕을 의미한다. 즉 신라왕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창녕은 제2의 경주로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신라의 문화가 짙게 깔린 곳이다. 창녕술정리3층석탑(국보34호)은 석가탑보다 100년을 앞서고 있고, 진흥왕척경비(국보33호) 드리고 석빙고 외 많은 신라 유적들이 산재하고 있다.

조계룡은 태어난 후 신라왕실의 복잡한 권력구도에 밀려 왕실의 일원으로 편입되지는 않았으나 후일에 진평왕의 사위가 된다. 출신도 불명확한 조계룡이 신라황실의 사위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그 혈통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평왕은 54년간의 재위기간이 있었던 만큼,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 황실의 비호로 아버지의 사위(?)로 역사에 등장한 것이다.

창녕조씨의 족보에는 이러한 이야기는 없다. 용지에서 목욕을 하던 예향이 그곳을 지나던 왕의 눈에 띄어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상황이 만들어 것이다. 오직 ‘용과 사귀었다’는 문장하나에 기댄 상상이지만, 무시하기 힘든 추측이다. 창녕조씨의 후손 조겸이 고려 태조왕건의 사위가 되는 것을 보면, 신라황실의 혈통을 잇고 있음을 부인하기가 쉽지 않다.

조계룡의 생가지는 화왕산이다. 화왕산은 화기가 왕성한 산이다. 산의 정기는 사람에게 전해지므로 창녕조씨는 대체로 성격이 강직할 것이다. 고려의 충신인 창녕조씨가문은 조선이 들어서자 영천으로 낙향한다. 물론 뛰어난 유전자의 소유자라 조선시대에도 문과급제하여 벼슬을 하지만 명문가로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강직한 성격이 조선에 영합하기에 명분과 시기를 얻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벼슬의 상징인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영천이 세거지인 이유이기도 하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옛말이 무색하지 않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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