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선암사 토지 매각의 쓰라림
봉은사, 선암사 토지 매각의 쓰라림
  • 법응 스님
  • 승인 2015.09.03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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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도 또 선암사 땅 매각 시도?

필자는 1996년 4월 2일부터 5박 6일간 부산 선암사 경내지 강제수용의 철회를 요구하며 선암사 불자 100여명과 같이 대한주택공사 부산지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한 사실이 있다. 당시 정부(대한주택공사)는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자 <토지수용법>을 근거로 선암사의 경내지 2만3,968평을 보상금 86억7,000만 원으로 책정하여 수용 공고하고 보상금을 예탁했다.

선암사 토지수용 반발문제로 인해 “사찰의 양도하려면 사찰이 속한 단체 대표자(총무원장)의 승인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통사찰법>이 개정되는데 기여했으며, 대웅전과 수용토지 간의 이격거리를 확보하고 건물 층수를 제한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힘의 한계와 복잡한 사정으로 끝내 공사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이후 필자를 비롯하여 점거 농성이라는 고통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 불자들을 분노와 허탈감 에 빠뜨린 일이 일어났다. 대한주택공사가 평당 35만원에 수용한 선암사의 경내지 2만여 평 중 1만1,000여 평의 부지를 2001년도에 수용가격의 7배나 되는 평당 243만원을 받고 민간건설회사에 되팔아버린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백양산쌍용스위닷홈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사찰 토지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뼈아픈 사례는 2014년 9월에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 5,500억 원에 낙찰 받은 한전부지에 관한 것이다. 이 땅은 1970년에 봉은사가 정부에 5억 3,000만 원에 매각한 10만평 중 일부다. 당시 매각이 결정되자 고 법정 스님은 “봉은사는 앞으로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입지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불교회관 건립은 촌각을 다투며 서두를 문제가 아닌 만큼 사부대중의 의견을 깊게 수렴해 봉은사와 같은 중요 도량을 쉽게 처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당시 <경향신문>이 ‘불교회관 건립 잡음만’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다수의 언론매체들이 봉은사 토지 매각 관련해서 자세히 보도하였다.

▲ 옛 선암사 토지에 들어선 아파트.
어디 이뿐이랴. 해마다 조계종 토지가 온갖 이유로 매각되거나 수용되고 있다. 자그마한 평수라면 모르겠으나 일정 평수가 넘는 토지에 대한 매각이나 수용은 반드시 충분한 검토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도록 해야 하고, 그 보상(매도)금은 반드시 종단발전에 사용되어야 함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종단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지난 날 정부가 봉은사나 선암사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토지수용법>을 적용하였으나 이는 사실상 강제수용이었으며, 시쳇말로 절 땅을 빼앗다시피 하여 의도여부를 떠나서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취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온갖 명분으로 1,700년 역사의 불교 자산(토지)을 공익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수용한 후 - 45년 전이나 20여 년 전이나 그리고 지금이나 - 기간에 관계없이 땅장사를 했다는 결론이다. 이 수용과정에서 숱한 압력과 회유의 행위가 있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선암사의 5필지 총 830평, 약 20억 상당의 토지에 대해 이웃종교색이 강한 모 민간기업 또 다시 택지조성을 위해 선암사에 토지매입을 타진하였고 선암사측은 본사 범어사를 통해 관련한 서류를 총무원에 보고(9월 2일)했다고 한다. 종단은 사찰토지의 매각에 대해 엄중한 심사를 통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다시 과거 선암사의 전례나 봉은사와 같은 허망한 꼴을 당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1970년도에 정부가 봉은사로부터 국가공익 목적으로 매입하고서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그룹에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되판 토지에 대해 종단은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정권이 그 힘을 빌미로 해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특정종교 집단의 재산을 마음대로 재단하여 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 기간의 장단은 문제가 안 된다. 현 시대에 발생한 일이며, 당시에 만약 개인이 매수하려 했다면 총무원이나 봉은사 측은 아무리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결코 그 정도 선에서 합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보건대, 종단은 1970년 1월에 매각을 결정했고 같은 해 6월에 문화공보부가 봉은사 소유의 토지 매각을 허가했다.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두 달 후인 같은 해 8월에 강남 개발의 신호탄격인 영동대교 착공식이 열렸다. 계약에 따라 조계종은 같은 해 10월에 5억3,000만원(평당 5,300원)을 받고 봉은사 토지 10만평을 한국전력주식회사·대한석탄공사·대한광업진흥공사 등 상공부 산하 기관에 매도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부에 당한 것이다. 영동대교로 인한 봉은사 일대의 지가상승은 천문학적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정보에 어둡고 무지하면 그렇게 당하는 것이다.

향후 종단과 봉은사는 이 문제가 40여 년 전에 끝난 일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인식을 갖고 종단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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