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앙박물관 비리가 폭로될 당시 종단 집행부가 종단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공짜 해외여행과 촌지를 수시로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교신문은 최근 노사동수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당시 불교중앙박물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등 30여건을 보도한 L기자와 편집국장 B기자를 징계 처리했다.
B기자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정직 처분을 받게 되면 회사 출근이 금지되고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L기자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L기자에 대해 편집국장보다 3배에 달하는 중징계가 내려진 이유는 편집국장의 지시를 거부한데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시 총무원 집행부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불교신문 등 불교계 언론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전임 집행부 방미 때 종단 출입기자 가운데 불교신문 등 일부 기자들을 대동하고 갔으며, 현지에서 선물을 사라며 1,000달러씩을 준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외에도 수시로 총무원에서 500~1,000달러 정도를 기자들에게 촌지로 줬으며 당시 해외여행 비용은 종단에서 제공했었다"고 덧붙였다.
불교신문 관계자는 "L기자는 진상조사위 과정에서 천만 원 가까운 촌지를 받았다는 구설수에 휘말리자 당시 자신이 받은 촌지는 400만원이며, 대부분 사찰에 보시했다며 영수증을 제출했다"며 "이 과정에서 당시 종단 출입기자들이 집행부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불교신문은 총무원에서 비리의혹이 있었다는 자체조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 불교중앙박물관은 아무런 의혹도 없고 현재 공정율이 기성금 지급률을 상회할 정도로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는 총무원 집행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영담스님 등 금강회 보림회 스님들의 문제제기는 거의 1단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싣지 않았다. 광고부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측 스님들 성명서 광고는 받아주지도 않았다. 당시 불교계 언론사 대부분이 불교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도했었다.
영담스님은 최근 한 단체의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불교계 언론을 싸잡아 '걸레'라고 표현했고, 불교기자협회는 영담스님에 대해 사과와 모든 공직 사퇴를 요구한데 이어 174차 중앙종회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은 징계처분을 받았고, 당시 종단 출입기자들의 촌지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당한 B기자는 "문제의 근본원인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으며, 당시 문제를 야기했던 스님 등은 지금도 요직에 근무 중이며, 문제의 기관지령은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징계위 결정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당시 불교박물관에 대한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문제점을 지적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은 당사자들이 읍참마속 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옷 벗고 나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상한 기관지령이나, 종단의 명령을 어기면 어겼다고 징계하고, 종단 지시대로 보도하면 공평보도 위반이 되는 상황에서 누가 앞으로 불교신문의 편집국장을 맡으려 하겠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불교박물관 비리의혹을 처음 제기한 영담스님은 지난달 31일 불교계 인터넷 언론 <불교포커스>에 장문의 기고를 통해 "한국불교기자협회는 공개 참회를 요구한 반면, 이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불교신문 노조는 참회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를 단행했다"며 "막대한 종단의 삼보정재가 탕진된 불교중앙박물관 문제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라고 되물었다.
스님은 "불교신문과 교계언론에 대한 저의 이러한 애정이 그 표현과정에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종사자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할 뜻이 있습니다. 매우 죄송합니다."라며 " 불교신문을 비롯해 교계 언론이 이번 일을 거울삼아 스스로 발전의 계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부당한 보도에 침묵하고, 무조건 칭찬과 격려만을 일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불교신문과 교계언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임을 확신합니다. 또한 이러한 애정이 모아져야 불교신문과 교계언론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영담스님 등의 문제제기로 최초 70억 원에서 절반가격으로 공사를 끝내고 현재 상설전시관으로 활용중이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지난 중앙종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관련 종무원들의 문제점과 범법행위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종단차원의 징계를 요청한 특위보고서는 당시 종회의장인 법등스님이 결재하지 않아 사문화된 상태다.
불교계 언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총무원 집행부 스님 가운데 촌지를 줬다고 해서 출입기자들이 기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촌지라기 보다는 기자들의 여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며 "출입기자보다는 언론사 시스템상 데스크 등이 기사 방향등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