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제 불교계가 지혜를 짜내야 한다
남북 문제 불교계가 지혜를 짜내야 한다
  • 불교닷컴
  • 승인 2006.03.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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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설정후 일괄타결해야...교계의 열의가 중요

미국 화폐인 달러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 다른 나라 지폐에 비해 구린내가 좀 심하다. 100불권 100장인 일만불 돈다발 몇 뭉치를 책상위에 놓으면 사방에 냄새가 진동한다. 지금 북-미, 남-북관계에서는 위조달러 문제로 화해의 향기가 아닌 냉각의 구린내를 풍긴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잘되나 싶던 6자회담도 결렬됐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취임이후 북측의 길들이기 수순이라는 등 남북관계가 순탄치만은 않다.

급기야는 며칠 전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에서 동행 취재중인 남측의 기자가 ‘납북’이라는 단어를 사용, 기사를 송고했다는 이유로 북측은 해당 기자의 취재를 제한했다. 무엇보다 칠팔십 대인 이산가족들을 온종일 발목잡아 놓은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측 기자단은 전원 취재를 거부하고 철수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과거 80년대 워커힐 상봉에 비해 많은 발전을 했으나 변하지 않는 것은 북측의 돌발적인 상황 전개다. 북측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필연적 사실 앞에 솔직해야 한다. 특히 경직화된 관료들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와야만 개혁과 개방에 성과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25일부터 개시하는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문제삼아 상호 관계는 설상가상이다. RSOI는 한반도 유사시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의 증원ㆍ전개를 점검하는 군사훈련이다. 북한은 "북침의 도화선에 불을 달기 위한 위험천만한 전쟁 연습"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봄이 되면 모든 것이 풀리는 것이 순리인데 남북문제는 해마다 봄에 더욱 얼어붙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측도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혜를 짜내야 한다.

지난해 냉각기 해동 불교계도 큰 역할

북한문제 만큼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애를 먹는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복잡한 정치 군사 경제적 역학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지난해 이맘때의 진행과 비슷하다. 지난해 2월 10일 북측은 6자회담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핵무장을 선언했다. 한반도 정세는 급랭했다.

이후 부시 미 대통령의 강경노선은 지난해 5월 27일 '해군사관학교 1,00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인 졸업식장의 발언(Speaking to nearly 1,000 newly minted Marines and Naval officers, Bush rallied the graduates for......)'에서 거듭 확인된다. 당시  부시대통령은 ▶새로운 전투의 시대에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정권을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분명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과 그들 조직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이용 가능한 도구들을 동원할 것이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그들이 추구하는 생화학 및 핵무기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은신처와 도움을 제공하는 불법 정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 등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 가닥 보인 희망은 '미 국무부의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Joseph DeTrani Special Envoy for Six-Party Talks, U.S. Department of State)'의 조계종 총무원장인 고 법장스님과 대화와, 뉴욕 북측인사 접촉 시 '주권국가론' 발언은 그 단어적 또는 내부적 의미의 해석을 떠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핵 문제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으로 강경 또는 온건적으로든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했다.

당시 방미중인 고 법장스님은 미국의 대 북한 핵관련인사인 ▶엘리어트 에이브럼스(Elliot Abrams) NSC 선임보좌관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NSC 아시아 담당, ▶미 국무부의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Joseph DeTrani) 등과 대화했다. 법장스님은 "고양이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쫓는다." 는 옛 속담을 예로 들며 북한 체제붕괴를 꾀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향후 동북아 지역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열어 설득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협상 특사는 "법장 스님의 말씀과 강렬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미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종교 분야의 역할에 대해 주시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며칠 후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Mr 김정일' 이라며 의미있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Mr'를 '선생'으로 해석하며 그 같은 존칭에 "유의 한다"고 화답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6자회담의 재기와 한반도에서 대화의 국면이 예상되고 이어 6자 회담이 속개됐다.

그러나 북한 문제가 항상 그러하듯 돌발 변수가 튀어 나오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위폐사건이 터져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발언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원고에 쓰여진 '미스터 김정일' 대신 '북한의 지도자'로 바꿔 호칭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일본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와 유통 등 불법 활동과 인권문제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대화 국면은 찾아 볼 수 없다.

개방과 개혁의 물고를 터는 일이 중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그의 최 측근이자 폭탄주도 즐기는 노동당 제1부부장 장성택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다. 장성택부부장은 고위 경제관료 등 30여명을 이끌고 김위원장의 방중 남순(南巡) 코스인 우한, 광저우, 선전 등지를 둘러봤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반년이상 지속되는 지금, 북한은 결국에는 명분을 찾아 좀 더 적극적인 개방화를 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북한은 현 6자회담 거부, 남북 장성급 회담 연기, 이산가족상봉 트집, 미사일 실험 발사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듯 하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GNP가 극빈 국가라 해도 이미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돈맛(자본주의)을 인민들이나 관료들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역사의 필연이다.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했고, 북측도 또한 해외 나들이를 많이 했다. 북한 인민의 절대적이던 상대적이던 생존과 생활에서의 욕구를 더 이상 사상으로 억누르기에는 북한으로서도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향후 중국도 2008년 북경올림픽, 2010년 월드컵, 2012년 엑스포의 개최로 한반도 정세의 악화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중국 자본으로 북한의 경제를 점령해 북한을 중국 자본에 의한 신식민지화 하려는 속셈이 다분하다. 중국은 중국 파워로 북한을 개방케 하고 영원히 한반도를 좌지우지 하려는 속셈이다. 이를 북한 정권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지도부나 군부 그리고 관료들은 기존의 사고틀을 과감히 벗어버려야 한다.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등 10년 주기로 정치 특히 경제와 인민의 생활상과 세계의 변화를 냉철하게 관찰해 보면 미래에 관한 답이 나올 것이다.

우리도 거시적이고, 폭 넓으며 때로는 투명 불투명의 외교역량을 필요로 한다. 남북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인적, 물적 프로그램 협상안을 미국이나 북측에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 조건은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주위원칙과 적극적 개방과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것으로 획기적일 필요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불교계의 노력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화해 국면에 변화를 못 준다 하더라도 미세하나마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의지와 노력이 문제라 할 것이다.

실천가능한 의제설정, 큰 틀에서 해결 바람직

부처님의 가르침에 '풀로 진흙땅을 덮듯 해서 없애는 법(사분비구계)'이 있다. 다툼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또한 해결 될 수도 없는 경우는 미래 발전을 위해 쓰는 큰 방편이다. 진흙 길을 가야만 하는데 진흙을 다 퍼낼 수 없는 경우, 차라리 마른 풀로 덮어서 없던 일로 하고 가자는 대승적 방편이다.

위폐문제의 전모는 아직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간의 상황이나 보도를 보면 북측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위폐 문제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갖고서 언제까지 대립각을 세울 수는 더욱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큰 틀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반도를 중심한 주변국과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고 그 해결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공개할 것과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을 솔직하게 제시해야 한다. 단 그 결과를 주목 해야 함을 이해 시켜야 한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그 진행 과정도 중요하나 결과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시키느냐 아니냐가 관건으로 설득 외교 능력을 평가 받는 장이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한 5년 정도의 한시적 시간을 정해놓고서 일괄 타결할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 5개년 로드맵'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5년 후는 2010년대로서 한반도는 물로 동북아의 정세와 특히 인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5년 내외의 최종 목표를 미북간 관계 개선안으로서 북한의 핵 포기 그리고 상호 대사교환으로 까지 설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5년간 타결할 일체의 의제를 제시하고, 매년 여러 형태의 발전된 로드맵을 제공해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고 이어 난제들을 푸는 수순을 밟자는 것이다. 즉 결과를 미리 설정하고 핵문제, 인권문제, 위폐문제의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향후 5년 내 로드맵에 해결할 의제들로서 ▷북측에 장기적인 에너지 및 식량 원조 계획에 의한 개방과 개혁 유도 ▷6자 회담 재개 ▷남북 정상 회담 실시▷위폐문제 해결 ▷지방단체 및 사회, 종교 단체간 교류의 정례화 및 시스템화 ▷북한 인권 문제 ▷북핵 포기 및 북-미간 상주 사무소 설치▷북측 경제 지원을 위한 대규모 철도 인프라 구축 ▷산림녹화 사업과 농업의 근본적 문제 해결 ▷민족복지 체계 확립으로 북측 주민 생활 향상 ▷한반도 평화 정착 기구의 설치 ▷미북 정상 회담 실시 등 현안을 단계별로 설정하고 큰 틀에서 1차합의 후 개별 사안들을 진행 하자는 것이다. 이 의제들은 북측이나 미국에 공통된 아젠다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한반도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불교계가 남북문제 해결 전면에 나서야

북측은 벼랑 끝 전술을 포기할 때가 됐다. 미국도 전쟁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손자병법 모공편(謀功編)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요. 외교로 이기는 것이 그 다음이라 했다. 이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다 통용될 것이나 특히 최대 강대국인 미국에 주문하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 불교는 현 북한정권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민족 문화유산이나 그간의 내왕에서 얻은 소득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고 법장스님은 김일성종합경기장 개장 이후 종교 지도자로서는 처음 10만 군중 앞에서 연설을 했다. 삼국 통일 저변의 이념적 배경은 불교다. 두개의문 (二門)을 일심(一心)으로 귀착케 하는 이론적, 실천적 토대가 불교에 있다.

남북문제 현안의 해결과 한반도의 통일에 있어서 불교계가 나태한다면 민족적 역사적 수치가 될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는 듯 하다. 이제 부처님오신날이 머지않았다. 불교계에서 북한문제 해결안이 나와서 민족의 앞날을 밝게 밝혀 주기를 기대 함은 무리 일까?

/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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