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 마음이 가장 추워"
"지난 6개월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 마음이 가장 추워"
  • 오마이뉴스 소중한
  • 승인 2014.10.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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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0416] '세월호 6개월' 하루 앞둔 10월 15일, 진도 팽목항·체육관

 

대한민국은 6개월째 '4월16일'에 멈춰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이제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참사 발생 6개월을 맞아,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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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풍선 너머, 텅 빈 체육관 16일이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째 되는 날이다. 진도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6개월째 아들·딸·남편·엄마·조카·동생의 수습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 10명의 이름이 적힌 풍선 너머로 텅 빈 진도체육관의 모습이 보인다. ⓒ 소중한

철쭉꽃 피던 때 진도에 온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실종자 수습 소식은 7월 이후 끊겼다.

그들의 시간은 '4월 16일'에서 1분, 1초도 더 나가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실종자 허다윤(단원고 학생)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도 참사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4월 16일을 살고 있다. 박씨는 "실종자 10명을 찾아야 한다는, 그 하나의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며 "6개월이 지났다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4월 16일을 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종자 가족들 중 유일하게 두 명의 실종자(동생 권재근, 조카 권혁규)를 기다리고 있는 권오복씨도 "(참사) 6개월째 되는 날이라 해도 큰 의미는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내보였다.

팽목항·체육관 '적막'... 자원봉사자도 상당수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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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그림 앞, 몸져누운 아내 15일 편두통약 두 알을 먹은 실종자 양승진(단원고 교사)씨 아내 유백형씨가 진도체육관에 누워있다. ⓒ 소중한

10월 15일. 팽목항도, 진도체육관도 한산했다. 사고 당시와 비교하면 "아무도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적막이 흘렀다. 최근 '기다림의 문화제' 행사 때문에 1000여 명이 모였던 팽목항(관련기사 : 김제동, 팽목항 찾아 눈물... "대통령 사랑해달라")에는 파도 소리와 펄럭이는 노란 리본 소리만 남았다. 진도체육관의 대형 모니터에선 해양수산부 국정조사 소식이 공허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원봉사단체도 상당수 철수했다. 사고 직후 진도에 머물던 자원봉사단체 300여 팀은 이제 10팀 남짓으로 줄었다. 최근엔 일부 민간잠수사도 사고 현장을 떠났고, 사고 이후부터 진도에 머물던 배의철 변호사(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까지 소속된 대한변호사협회의 사정에 따라 복귀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기온이 낮았던 이날, 실종자 양승진(단원고 교사)씨의 아내 유백형씨는 몸져누웠다. 날이 급격히 추워진 며칠 전부터 유씨는 포도당 주사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있다. 유씨는 편두통약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유씨 팔뚝의 여러 주사바늘 자국이 눈에 띄었다. 유씨는 "남편이 수습되더라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죽었더라도 바로 찾았으면 예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잖아. 지금은 그런데…. 나오더라도 형체도 못 알아볼 거 아니야. 점점 날짜가 지날수록 내 남편의 모습이 점점 사라진다는 게 참 마음을 힘들게 해. 유골이라도 찾으려고 지금 버티고 있는 거지."

몸도 춥지만 마음 역시 춥다. 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추위를 엄청 탄다. 발도 시리고, 손도 시리지만 마음이 가장 춥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에 다윤양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나흘 전 찍은 가족사진을 가장 먼저 올렸다. 박씨는 사진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요. 너무 예쁜 딸.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편안하게, 행복하게 있으라고 (다윤이에게 말하고 싶어요)…. 다윤아 사랑해."

"1분, 1초라도 빨리... 어서 물밖으로 나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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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 속 체육관, 해수부 국감 현장 방송 15일 실종자 권재근씨, 권혁규군 그림 너머의 진도체육관 대형 모니터에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가 방영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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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리본, 그리고 태극기 15일 '어서 돌아와, 친구들아'라고 적힌 팽목항 방파제의 노란리본 너머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 소중한

3개월째, 매일 아침 팽목항을 찾아 딸 황지현(단원고 학생)양의 아침밥상을 차리는 어머니심명섭씨(관련기사 : "추석까지 이럴 줄이야" 딸 아침밥 챙겨 매일 팽목항으로)는 이날도 차로 30분을 달려 팽목항에 지현양의 밥상을 차렸다. 심씨에겐 지난 6개월만큼, 앞으로의 시간도 걱정이다.

"이 생활을 얼마나 더 해야 할지, 그게 제일 힘들어. 길이 안 보이니까. 어떻게 해야 옳은 건지도 모르겠고. 수색도 시원찮고, 이게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답답하지."

지현양 아버지 황인열씨를 포함해, 단원고 학생 실종자의 아버지들은 수색이 중단되지 않는 한 쉬지 않고 사고 현장 바지선에 나간다. 팽목항에서 사고 현장까진 배로 약 1시간. 심씨는 "(남편이) 일주일에 서너 차례, 1박 2일 동안 사고현장에 다녀오는데 그리고 나면 기운이 쭉 빠져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한다"며 "1분, 1초라도 빨리 실종자 10명이 어서 물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의 절반이 흘렀지만 이달 중 세월호 내부를 수색한 시간은 채 5시간이 못 된다. 이날, 10월 들어 처음 이틀 연속 세월호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수습 소식 대신, 세월호 선체 곳곳이 붕괴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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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담긴 단란한 가족사진 15일 실종자 황지연(단원고 학생)양의 어머니 심명섭씨가 진도체육관에서 휴대폰의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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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 방파제의 노란리본 15일 노란리본이 묶여 있는 팽목항 방파제 너머로 해경 함정이 지나고 있다. ⓒ 소중한

실종자 가족들과 한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 16일 편에서도 들을 수 있다.

☞ 아이튠즈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오마이TV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팟빵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콘텐츠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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