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소록도
오직 소록도
  • 변택주
  • 승인 2014.07.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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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80. 마리안, 마가레트 그리고 마리아

2005년 11월 21일 소록도에서 반세기 가까이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수녀 두 분이 달랑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다.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레트 수녀는 1962년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다. 간호사가 절실했던 소록도병원에서 오스트리아 수녀원에 간호사 수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부름에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마리안 수녀가 먼저 소록도에 들어왔다. 그리고 네 해 뒤 역시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마가레트 수녀가 들어와 뜻을 모았다. 두 분 모두 수녀복과 생필품만을 들고 이역만리 소록도를 찾았다.


소록도에는 탑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소록도를 오롯이 드러내는 상징은 나환자를 구하겠다는 굳은 뜻을 담은 구라탑救癩塔이다. 백의 천사가 창을 들고 나병 균과 맞서는 모습으로 한센병 환자들 소망을 가지런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보다 사람들 마음을 울리는 것은 3M 기념비다. 오스트리아 출신 세 수녀들이 소록도에 와서 나환자를 두루 품은 터무니를 고스란히 담아 빚은 탑이기 때문이다. 이 비 주인공들은 마리안, 마가레트, 마리아 세 수녀. 꽃다운 20대에 낯설고 먼 나라 외진 섬에 와서 온 몸을 바쳐 한센병 환자들을 보듬음을 사려 담은 자그만 비석.

반세기 가까이 한센병 환자들을 돌봐온 마리안 수녀와 마가레트 수녀는 2005년 겨울 ‘사랑하는 동무, 은인들에게’라는 편지를 남긴 채, 40여 년 전 들고 온 가방을 들고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섬을 빠져나와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마리아 수녀는 그보다 앞선 1986년에 떠났다. 마리안과 마가레트 수녀는 환우들에게 헤어지는 아픔을 줄까봐 광주대교구 주교에게만 뜻을 알렸다.

편지에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부담을 지우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무들과 이야기 나눴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며,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고맙고 저희가 모자라 마음 아프게 해 드려 용서를 빈다고 적바림된 편지는 모자라는 외국인에게 보내준 사랑과 존경에 눈물겹다’는 얼거리가 가지런했다.
수녀들이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을 때 나환자 6,000여명과 아이들 200명이 살았다. 수녀들은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환우들 피고름을 짜내며 치료를 했다. 약이 모자라면 오스트리아 친지에게 호소해 약을 가져왔다. 그리고 외국 의료진을 모셔다 장애교정 수술을 해 주고 고국에서 보내온 돈으로 돼지를 치게 해 환자들이 스스로 힘으로 일어서게 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쓰러져가는 초가를 개량하며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해냈다. 그러는 한편 영아원을 세워 아이들을 키워냈다. 또한 아이들이 여섯 살이 되도록 병세가 발견되지 않으면 육지에 있는 보육원으로 보냈다. 고국 민간구호단체 도움을 받으려고 쓴 편지만도 수천 여 통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아 부었다.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네 등불이 되어
 네 별이 되어
 달이 되어
 네 마스코트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나는 네가 되고 싶다
 우린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록도병원 피부과 병동 간호사실 문에 적바림된 글이다.

오스트리아 수녀회에서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 우유와 간식비로 나눠주고, 다 나아 소록도를 떠나는 사람들 노잣돈으로 내놓고는 TV도 없이 작은 장롱 하나만 달랑 놓여있는 방에서 검소하게 살았다. 다달이 나오는 장기봉사자 식비 10만원도 마다해 병원 측이 식비를 받지 않으면 봉사자 자격을 잃는다고 을러대 간신히 손에 쥐여 줄 수 있었다.

꽃다운 나이에 소록도에 깃들어 수천 환자 손과 발로 되어 일흔 할머니가 되도록 남모르게 어루만지는 베풂만이 참이라 믿은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물리쳤다. 병원에서 마련한 회갑상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받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정부에서는 헌신과 봉사에 고맙다며 오스트리아 훈장을 드리겠다고 초청했지만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면서 손사래 쳤다. 하는 수 없이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가 소록도를 찾아가 훈장을 드렸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1972년 국민포장, 1996년 국민훈장모란장을 드린다고 했으나 이 또한 모두 거절해 청와대 관계자가 소록도를 찾아 겨우 국민훈장모란장만 드릴 수 있었다.
 
2005년 소록도 환경도 좋아져 남은 환자는 모두 600여 명, 마음 놓고 한국 간호사 손에 환자를 맡기고 홀연히 고국으로 돌아간 마리안과 마가레트는 꼭꼭 숨었다.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야 살림. 박춘식 시인은 이런 얘기를 시로 풀어내지 않으면 천벌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결고운 분들을 기리는 시를 한편 지어 올렸다.
 
소록도 천사

소록도 마을 어귀 엄마 솟대 둘
바다가 섬으로 오고
구름이 섬으로 오고
육지가 섬으로 다가오고
하늘이 섬으로 내려오고
솟대를 바라보며, 오고 가고 오고

앳된 두 미소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와 43년 동안
날개옷을 접어 솟대 위에 올려놓았다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어느 날
기둥만 서있고 날개옷은 보이지 않는다
마흔 세 편 향긋한 봄의 시(詩)를 남기고
조용조용 고향으로 날아간
마리안 수녀 그리고 마가레트 수녀

지금 두 솟대는, 파도 소리를 받치는
바지랑대 되어 섬 둘레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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