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본존불에 ‘햇빛’은 일본 잔재”
“석굴암 본존불에 ‘햇빛’은 일본 잔재”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4.06.26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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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주 소장 ‘석굴암, 법정에 서다’서...원형논쟁 비판도

칠흑 같던 동해의 아침 햇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아침 태양의 첫 햇살이 토함산으로 치달린다. 석굴암 부처님 이마 한가운데 백호를 비춘다. 그 보석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어둠 속에 잠들었던 다른 조각상의 윤곽이 돋아난다.

이 이야기는 교과서와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서 재현되면서 한국인에게는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과도 같았다. 석굴암 부처님이 동짓날 일출 지점을 향해 앉아있다는 것은 붓다가 인도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새벽녘에 동쪽으로 앉아 진리를 깨쳤다는 역사적 사실과 맞물리면서 절대담론이 됐다. 여기에는 석굴암이 개방구조였기에 실내결로를 방지해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었다는 과학적 근거도 보태졌다.

석굴암 전문가 성낙주 소장(석굴암미학연구소ㆍ사진)은 최근 펴낸 <석굴암, 법정에 서다>에서 “석굴암의 햇살신화가 과도한 상상력의 산물은 아닌지, 토함산의 현실에 눈감은 신비주의적 사고의 분비물은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석굴암의 햇살신화를 비판하는 이유는 신라는 과거부터 달과 가까웠다는 점, 태양숭배는 일본과 친근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라 수도 서라벌은 달의 도시였다고 말한다. <삼국유사>에 실린 14수의 향가 가운데 달이 등장하는 작품은 5편, 해가 등장하는 작품은 단 한편도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 반월성이라고 불리는 초기 왕성 자리의 이름이 월성(月城)이었고, 안압지의 초기명도 월지(月池)였다”며 “신라인은 해보다는 달을 더 친근하게 여겼다”고 말한다.

국보 제81호 석조미륵보살좌상이 있는 감산사가 있는 감산(甘山)도 고유어로는 ‘달뫼’, 월산(月山)을 한역하는 과정에서 감산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설명도 보탠다.

석가탑 사리함에서 나온 ‘묵서지편’을 근거로 석굴암이 자리한 토함산도 월함산(月含山), 함월산으로 불렸다고도 말한다. 일제강점기 관광지‧유적지를 다니며 도장을 받는 집인첩에 ‘함월산 석굴암’이라고 찍힌 사실도 전한다.

저자는 “신라인을 비롯해 조선시대 옛 분들 가운데 누구도 햇살신화를 접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석굴암의 햇살신화는 일본이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일본 고대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와 대일여래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일본이 조선 괌 대만 필리핀 만주 등을 병탄할 때마다 신궁과 신사를 세웠고, 대부분 신사에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를 모셨다는 점도 든다. 일제가 태양신앙을 식민통치 수단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말할 때 한글 말살, 창씨개명, 징병과 징용, 학도의용군, 위안부, 농지수탈, 미곡반출, 광산채굴권, 인체실험, 학살고문 등 용어를 빈번하게 인용한다. 그러나 일본의 태양신앙이 문화식민사관으로 작동한 사실, 이 땅 도처에 군림했던 신궁신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우리는 여전히 일본이 남긴 식민사관의 그늘 아래 있다”고 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꼭두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어둠 덮힌 토함산을 오르던 습속은 일제강점기의 산물”이라고 단언한다. “일본해에서 솟구치는 야마토의 태양을 영접하도록 아침 햇살이 석굴암 본존불을 비추는 정경을 과장되게 묘사해 조선인을 유인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맹신과 찬사만으로는 진실을 담보할 수 없다. 햇살 신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상과 낭만과 미사여구를 걷어낸 뒷자리에 ‘불편한 진실’만이 남더라도 언제까지나 실체 없는 신기루를 정수리에 이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동짓날 일출 문제를 분수령으로 일본 식민사관이 석굴암 관련 학문 영역으로 진입한 이후 여러 가설이 중첩되면서 석굴암에 관한 진실이 호도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광창설, 중각석굴설, 샘물 위 축조설, 전각제거설 등 이른바 ‘석굴암 원형논쟁’이라 불리는 쟁점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여러 연구자에 의해 백가쟁명 식으로 제출된 각종 논점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다양한 문헌자료와 시각자료를 종횡으로 엮어 굴곡진 석굴암의 20세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1300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석굴암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화와 환상을 걷어낸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석굴암의 맨얼굴을 드러내고자 함에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저자는 한국미술사학계 거장이었던 故 황수영 박사가 석굴암을 동해의 소금안개와 토함산의 눈비, 흙먼지로부터 구해냈다고 강조한다. 책은 故 황 박사에게 석굴암을 망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들에게 저자가 내리는 죽비와 같다.
 
석굴암, 법정에 서다┃성낙주 지음┃불광출판사┃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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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14-06-26 12:04:06
불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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