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의 풍수적 설명
장례의 풍수적 설명
  • 김규순 소장
  • 승인 2014.05.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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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순의 풍수이야기 9.

미국은 자국민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어디라도 전사자의 유해가 있다면 찾아가서 발굴하고 성대하게 안장식을 거행해준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모토에 대한 약속이행이다. 한국동란으로부터 60년이 지났어도 미국의 전사자 유해발굴은 진행되고 있다. 유골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여 가족들에게 인계된다.

공원묘원

살과 근육은 빨리 육탈되지만 유골만큼은 수 십년 또는 조건이 맞으면 수 만년도 보존된다.  뼈는 기氣의 덩어리이며 유전자의 보고이기도 하다. 2억년전에 존재했던 공룡의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여 공룡을 복원시키려 한다는 뉴스를 듣거나 영화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데, 유전자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는 개체가 유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례는 유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신을 찾고 찾지 못하는 차이는 인간만이 가진 정서상의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태풍과 폭우로 공원묘원의 축대가 붕괴하여 수십개의 무덤이 무너져 내려 유골이 뒤섞여 주인을 찾을 길이 없게 된 경우가 매년 일어난다. 무덤이 무너진 후손들은 멘붕에 빠진다. ‘한갓 유골일 뿐인데’ 가 아니라 유골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조상의 유골을 명당에 묻으면 발복한다는 생각은 저급한 것이다. 얼마나 편안하게 모시느냐의 문제가 최우선이다. 나는 부모의 분신이다. 단세포 동물이 쪼개지듯이 부모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나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부모의 유골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권리이고 책임이다. 시신을 매장하든, 유골을 납골당에 모시든, 어떤 선택을 하든 중요한 것은 정성과 디테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사실을 막연히 알고 있었던지 유골에 대한 정성이 남달랐다.

매장은 한 번의 장례로 완성되는 가장 일반적인 장례법이다. 땅 속에서 육탈되고 소골이 되는 단계를 자동으로 거친다. 후손이 무덤을 옮기는 이장移葬은 무덤위의 현상을 관찰하여 무덤 속에 물이 찼던가, 나무뿌리가 들어갔던가 해충이나 야생짐승이 침범하는 등 나쁜 징조가 나타나면 무덤을 옮기는데, 유골을 수습하여 좋은 장소로 옮긴다. 

초분은 땅위에 초가를 만들어서 3년 뒤에 시신이 육탈이 되면 유골만 매장하는 풍습이다. 지금도 청산도를 포함한 남도에 남아 있는 풍습인데, 초분의 동기는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 배를 타고 나간 후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명분이지만, 풍수적으로 산소자리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다.

크게 보면, 화장은 유골을 구하는 시간이 한 시간 걸리는 작업이고 매장과 초분은 몇 년이 걸린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근육과 내장은 없어지고 남아 있는 유골을 보관, 매장, 처리한다는 점이다.

장례행위는 조상이 편안하게 계시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편안한가 편안하지 않는가 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정서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납골당

더욱이 지금의 장례법은 뒤죽박죽이다. 부모를 공원묘원에 매장하거나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 자식인 내가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공원묘원은 현행법으로 60년이 지나면 화장해야 한다. 손자나 증손자에게 이 일을 미루지 마라. 자식인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 장례를 진행하라. 납골당에 모시는 것도 가족의 화합을 위해 좋은 선택이지만, 납골당 건물은 100년 길어도 200년이면 사라진다. 건물이 사라지면 유골도 사라지는 법, 적어도 부모의 유골은, 내가 죽기 전에 양지바른 곳에 모셔야 한다. 우리나라에 산은 부지기로 널려 있다.

내가 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그들에게 힘겨운 일을 남기지 마라. 디테일이란 내가 해야 될 일을 내가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선산은 현명한 조상의 희생이 녹아든 것처럼, 내공이 있다면 본인이 마무리하라. 가문의 진정한 내공은 디테일에서 생겨난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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