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교탄압이 소설 ‘서산’ 탄생시켜”
“조선시대 불교탄압이 소설 ‘서산’ 탄생시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4.04.1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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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하장편소설 ‘서산’ 10권 완결한 신지견 작가
▲ 소설<서산> 작가 신지견 씨.ⓒ2014 불교닷컴
“임진왜란을 다룬 소설은 많습니다. 하지만 서산대사와 의승군, 의승수군의 활동은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서를 보면 유가의 시각으로 승려들의 이야기가 누락, 폄훼, 왜곡되기는 했지만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나오는 의승군과 의승수군의 활동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현대에 와서까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대하 장편소설 <서산> 전 10권이 완간됐다. 작가 신지견은 2010년부터 꼬박 5년 동안 매년 2권 씩 모두 10권의 소설 <서산>을 썼다. 소설 <서산>은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여 서산대사의 생애를 현실로 끌어냈다.

신지견은 소설 <서산>을 1권 짜리 단행본으로 쓸 요량이었다. 대흥사 주지 범각 스님의 간곡한 부탁에 조선불교 탄압사와 조선불교에 관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면서 소설의 스케일은 방대해졌다.

“<선가귀감>을 읽으면서 작품을 구상하던 차에 범각 스님이 5권의 소설을 써달라고 요청해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읽기 쉽게 딱 한 권으로 끝낼 생각이었어요.”

소설 <서산>을 쓰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무모한 일이라는 것을 신지견은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아챘다. 도서관에 가면 서산대사의 자료가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지만,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3개월 출퇴근하면서 찾아낸 서산대사 자료는 거의 없었다. 국회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산대가가 저술한 <선가귀감>과 <청허당집>, 김영태 교수가 쓴 <서산대사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문고판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잡지 학술지 논문집 할 것 없이 ‘서산’이라는 제목만 붙어있으면 모두 모았지만 몇 종류 되지 않았습니다.”

자료는 적었지만 서산대사는 조선불교사의 중심이었다. 신지견은 붓다 석가모니의 법통을 이어 온 서산대사가 살아온 조선시대, 특히 임진왜란이라는 전란 속에서 서산대사의 삶의 흔적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불교사는 탄압사였다. 임진왜란에서 계율을 어기면서까지 민중의 삶을 지키려 했던 의승군과 의승수군의 발자취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현대에서도 의승군과 의승수군의 행적은 묘연했다. 역사왜곡은 현대에서도 여전했다고 신지견은 생각했다.

소설 <서산>에서 서산대사의 생애는 <청허당집>의 단편적인 내용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러 소설에서 다룬 임진왜란의 관군과 의병의 이야기는 걷어내고 의승군과 의승수군의 이야기에 지면을 할애했다.

“군대 규율이 승가의 내규를 표방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 온 이야기입니다. 나라에 전쟁이 났다면 이름뿐인 관군보다는 기동성 있고 단결력이 공고할 뿐 아니라 명령 계통이 확실하게 서 있는 승군이 구경만 하고 있었겠느냐는 문제를 다룬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의승군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지면에 채웠죠.”

소설 <서산>은 실명소설이 아니다. 서산대사의 유년시절은 <청허당집> ‘상완산노부윤서(上完山盧府尹書)’에서 가져왔다. 작가는 역사를 왜곡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소설 <서산>에 나오는 유가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사서에 나오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다. 하지만 조선시대 승려들의 이야기는 픽션이다.

“서산대사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고승이지만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스님들은 오죽할까요. 서산대사가 생존했던 시대의 스님들 가운데 시나 게송을 남긴 저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외의 스님들은 대부분 이름만 전해지거나 이름조차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픽션으로 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스님들은 어떤 탄압을 받고 살았을까.

“조선 중기 왕조실록만 보아도 유생들이 사찰에 올라와 숙식을 하면서 승려들을 심부름꾼으로 데리고 다니며 과거 공부를 하거나 과거장에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걸핏하면 법당에 모셔진 불상을 뒤엎거나 사찰을 부수고 태우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사찰 재산을 향교 재산으로 바꾸는가 하면, 개인 이름으로 탈취하기도 했고, 승려를 원수를 보듯 탄압했습니다. <중종실록>에는 신륵사 축령이란 스님이 과거를 보러 올라가는 경상도 유생들이 행패를 부리자 혼찌검을 냈다는 기록 외에 승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유생에게 대응하거나 저항하거나 욕을 했다는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불교를 아주 달리 보이게 했고 역설적이게 바로 그 점이 소설 <서산>을 엮어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신지견은 소설 <서산>을 쓰면서 과거를 단순히 지나간 이야기로 파악하지 않고 파묻혀 있던 것들, 잊혀진 것에 주목해 궁극적으로는 역사적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조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도모되어야 한다는 리하르트 반 뒬멘의 이야기에 주목했다고 했다. 

작가는 소설 <서산>을 쓰기 위해 서산대사가 지리산에서 금강산으로 올라갔을 길을 추적해 동해안을 거쳐 오대산에서 건봉사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답사도 다녔다.

“시간에 쫓겨 어려운 불교용어는 물론 도교와 유학의 용어를 가슴 속으로 깊이 삭이고 소화해 내 소설 문장으로 재생산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지금은 폐사가 되었겠지만 북한의 현지 사찰을 답사할 수 없었던 것도 가슴 아프고 아쉽습니다.”

소설 <서산>은 역사적 결과를 수용만 하지 않고 그 과정을 탐색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문중과 유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려 했던 의승군의 행적을 쫓았다.

“서산대사는 부를 가지거나 권력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도총섭 자리도 제자인 유정 사면에게 넘겨주고 수행에 전념했습니다. 경쟁을 부추긴 분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위기에 섰을 때 칼을 들고 일어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우리 모두의 국가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공동선을 온몸으로 보여 주신 분입니다.”

소설 <서산>/신지견/전 10권/연인M&B/각권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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