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지 12일째다. 대통령 특사가 파견됐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석방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탈레반 수감자'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조율이 최대현안일 게다.
인질로 잡혀 있는 분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신앙심이 깊고 선교를 목적으로 한 분들이기에 쉽게 정신적으로 지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죽음의 공포, 의지 상실로 몰아가는 억압과 외부 정보의 차단은 인질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정신 상태로 몰고 갈 것이다.
스톡홀롬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다. 한마디로 인질들이 경찰이나 그들을 구출해낼 정상적인 사회의 세력보다는 그들을 잡고 있는 인질범들의 편을 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톡홀름 은행 강도사건의 인질 심리 상태가 이 용어의 시원이다.
아프간의 인질들은 지금 탈레반 보다 한국정부, 아프간이나 미국에 대하여 좀 더 발 빠르고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나, 무력 사용은 하지 않을 까하는 우려에 공포가 더할 것이다. 스톡홀름 현상이 이미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인질의 편이 되고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는 반면 구출세력은 불신하게 된다.
국가와 군대, 국제평화유지단의 존재 이유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구촌의 평화와 질서를 위한 것이라면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력 위주의 세계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미국의 중동 정책의 대 변환을 촉구해야 한다. 특정 국가나 민족이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무력으로 길들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답답한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고 김선일씨 사건이후 중동에 한국군이 주둔하는 이상 사고의 발생은 항시 예견돼 왔다. 왜 현지의 깊숙한 곳 까지 파고들어간 현지정보망을 구축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익을 위한 국제공작이나 정보전은 미국을 비롯한 그 어느 나라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다.
특정한 주목거리가 없던 터에 탈레반은 이번 사건을 납치된 사람들의 건강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이속을 챙기면서 시간을 끌 것이다. 우리정부나 미국, 아프간 정부는 피랍자들의 구출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중동정책을 근본에서부터 재평가 분석해야 한다. 중동문제는 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총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벌써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 法 應 (불교사회정책연구소 준비위원)
빠바가아 뭐가 정부에 있냐?
뭐든 정부 탓이냐?
정말 뇌구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