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올해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당신이 본 최고의 여행기사는?”
미황사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땅끝의 절에 머무르다’를 2013년도 최고의 여행기사로 뽑았다. 세계적인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 매거진 코리아>가 지난 10월 독자 엽서와 페이스북 설문조사, 여행 전문가의 의견을 집계해 ‘2013년 최고의 여행 어워즈’를 진행해 선정한 결과다.
<론리 플래닛 매거진 코리아>는 <론리 플래닛 매거진>의 한국어판으로 350여명의 론리 플래닛 여행가들이 참여해 만든다. 미황사 템플스테이 체험기는 소설가 백영옥 씨의 글로 지난해 3월호에 게재됐다.
백영옥 씨는 땅끝 미황사에 가는 길을 비행기나 기차, 승용차 등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다시’ 갈아타야 갈수 있는 곳으로, 마음이 간절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몸은 점점 먼 거리를 실감하고, 한껏 낮아지고 낮추어진다”고 했다.
백 씨는 1996년 미황사를 처음 갔을 때를 “석양이 물들고 노을이 지는 풍경을 누군가의 살이 베어 흐르는 핏물처럼 느끼던 스물세 살이었다. 노을이 지는 동안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뜨거운 태양이 바닷물에 내려앉아 사라지는 걸 내내 지켜보았다”고 적었다.
2013년 입춘 즈음 ‘다시’ 찾아간 미황사는 어땠을까?
백 씨는 밤늦게 도착해 차부터 마셨다. 그는 “어떤 대상에 ‘음미하다’란 동사를 쓰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면서도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곳에 오니, 차 마시는 속도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몸은 도시를 떠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도시였다.
새벽예불, 사찰 음식, 발우공양, 사찰 예법, 산책길에 만난 동백꽃, 스님과 대화, 참선 등등. 그는 템플스테이에 점점 빠져 들었다.
백 씨는 템플스테이에서 빠질 수 없는 참선 체험에서 무엇을, 어떻게 느꼈을까?
그는 “모든 것을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불교의 ‘선’은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서양의 이성주의 사고관이 사과의 모양이나 질감 성분을 일일이 따져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안, 동양의 불교는 빙그레 웃으며 사과를 한 입 맛있게 베어 무는 것, 이것이 ‘선’”이라고 했다.
백 씨는 미황사에 왜 갔을까. 살기 위해 미황사로 갔을까. 그는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내게 묻고 싶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얻고 잃는 동안 내가 겨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잘 만나는 것 보다 잘 헤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던 스물 몇 살의 나와 행복을 다행이라 바꿔 부르는 삶을 연민하기 시작한 서른 몇 살의 내가 만나 싸우고 있었다”고 했다.
백영옥은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 없는 1천배에 도전했다.
그는 “이마가 바닥에 닿았을 때 잠깐 느껴지는 평온함은 다시 몸을 일으킬 때 느껴지는 허벅지와 허리의 근육통 때문에 여지없이 무너진다”면서도 “절로 생각이 비워진다. 그러자 몸이 채워진다. 통증이 온몸을 두들기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바닥에 천번을 대었던 이마는 어느새 따뜻해져 있다”고 썼다.
그는 또 “천 번의 절을 하는 동안 천 명의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할 순 없었다. 몸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생각나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은 정말 희귀한 것이란 사실을 깨닫는다”며 “그것이 도리 없이 깊은 고마움과 미안함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고 했다.
그는 미황사 템플스테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백 씨는 “정성을 다해 먹고, 정성을 다해 걷고, 정성을 다해 듣고, 정성을 다해 묻는 것, 그것이 내가 미황사에 머물며 얻은 깨달음이다. 특정 종교의 이론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고 적었다.
백영옥은 동명 드라마 원작소설 <스타일>의 저자이다. <아주 보통의 연애>,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등을 지었다.
<론리 플래닛 매거진 코리아>는 올해의 최고 여행지,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은 여행 기사, 여행 사진, 여행책 등을 조사했다. 최고의 국내 여행지는 ‘서울’, 최고의 해외 여행지(국가)는 ‘일본’, 최고의 해외 여행지(도시)는 ‘바르셀로나’, 최고의 여행기사(해외여행지)는 ‘론리 플래닛 매거진이 뽑은 세계 최고의 여행 40가지’였다. 미황사 템플스테이 체험기는 ‘최고의 여행기사(국내 여행지)’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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