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으로 추대된 초우 스님이 "초발심의 수행납자로 돌아가 출가사문의 본분사를 참구하는데 가행정진할 것을 불전에 다짐한다"는 뜻을 밝혀 진의를 놓고 통도사와 종단내 의견이 분분하다.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초우 스님은 9일 오전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이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산승의 부덕함으로 인하여 우리 조계종단의 종정예하, 총무원장 스님, 원로대덕법우, 종도 여러분들에게 본인의 문제로 심려를 끼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영축총림 방장 후보 사퇴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초우 스님께서 8일 밤 불러서 서한을 전달했으며, 자연인으로 돌아가 수행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초우 스님의 뜻을 존중할 것이며 이후 산중의 대중 공의를 모아 방장 스님을 추대하겠다"고 밝혔다. 불교포커스(구 불교정보센터)는 지난 7일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담은 글을 발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통도사 내부조차도 제대로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스님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도사의 한 중진스님은 10일 오전 불교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진상파악을 하지 못했다"면서 "몇몇 도반들이 사실확인 전화를 걸어와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스님은 "초우스님의 글 속에 구체적으로 사퇴라는 표현은 없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면서도 "과연 이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전경. 출처/ 통도사 홈페이지
지난 2004년2월4일 영축총림 임시 임회(제37회)에서 월하스님의 열반으로 공석이 된 방장에 부방장인 초우스님을 만장일치로 조계종 중앙종회에 추천했으나 반발에 부딪혀 인준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전국선원수좌회는 당시 "총림의 방장 자격인 '총림법 제6조 1항의 20안거 성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초우스님의 방장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좌회는 "원칙을 저버리는 행태는 한국불교 최후의 보루인 선원과 수행 풍토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여러차례 반대입장을 발표했다.
통도사 일부스님들은 방장 추대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반대했다. 산중총회에서 추대해야 할 방장 후보를 임시임회에서 추대한 것은 적법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축총림은 지난해 8월22일 산중총회를 열어 초우스님을 방장 후보로 재추대했다. 그러나 중앙종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초우스님은 9일 불교포커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발표한 글의 내용이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면서도 "앞으로의 일은 현 주지 현문스님이 모두 알아서 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설사 초우스님의 뜻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고 영축총림 방장 문제는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각 문중과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고 방장이 추천권을 쥐고 있는 본사주지 자리도 현문스님이 권한대행중이기 때문이다.
조계종 중진 모스님은 "초우스님이 주지 추천 과정에서 약속을 어긴 사실이 있고, 현문스님도 여러차례 주지직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어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종회에서도 인준 절차를 거치지 못해 여러차례 이월을 되풀이 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조계종 제170회 중앙종회가 끝나봐야 초우스님의 거취와 영축총림 방장 추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초우스님이 발표한 글 전문이다.
귀의삼보(歸依三寶)
산승(山僧)의 부덕(不德)함으로 인(因)하여 우리 조계종단(曹溪宗團)의 종정예하(宗正猊下), 총무원장(總務院長) 스님, 원로대덕법우(元老大德法友), 종도(宗徒) 여러분들에게 본인의 문제로 심려(心慮) 끼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초발심(初發心)의 수행납자(修行衲子)로 돌아가 출가사문(出家沙門)의 본분사(本分事)를 참구(參究)하는데 가행정진(加行精進)할 것을 불전(佛前)에 다짐합니다.
불기2550년 3월 7일
야부초우(冶夫草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