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폭력은 가능한가?’
‘평화를 위한 폭력은 가능한가?’
  • 정효선
  • 승인 2013.05.01 13: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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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가의 분쟁 근본 원인은
불교는 기본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 자비와 평화는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 중 근본이다. 물론 ‘십자군’을 만들고 전쟁을 벌인 여타의 종교들에 비하면 덜 한 편이다. 그러나 2500여 년 역사를 지닌 불교는 자의건 타의건 곳곳에서 분쟁에 휘말려왔다.

한국불교 역시 ‘호국불교’라는 이름 아래 출가 수행자들이 칼과 창을 들고 전투에 나선 역사가 있다. 무고한 백성을 위한다는 이유에서 이지만 ‘적’을 죽여야 내가 사는, 살생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설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불교와 폭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함에도 ‘어쩔 수 없었다’ ‘불가피했다’는 말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한 당연한 행동’이라고 미화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승려의 전투참여가 ‘호국불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교리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떻게 부합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교와 폭력이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화두다.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CNN은 최근 인터넷 판을 통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피터 섀드볼트 기자가 리포트한 이 기사는 ‘불교=평화=비폭력’이라고 도식적으로 이해해 온 서양인들에게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도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분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 태국 남부 폭탄테러 현장.

지난 2007년 태국 남부 얄라 주에서는 무장한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이 백주대낮에 미니버스를 공격해 버스를 타고 가던 8명의 불교도들의 머리에 총을 쏴 살해했다. 남부 말레이시아 접경지역의 이슬람교도들과의 갈등이 무고한 양민에 대한 학살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이 사건에 앞서 갈등이 계속 되자 태국의 시리킷 왕비는 2004년 자신이 직접 지휘 하는 왕립  민병대인 ‘어 러 버(Or Ror Bor)’를 설립했다. 이 부대는 일종의 마을 자경단으로, 갈등으로 분열된 지역의 인구 구성비을 반영하는 다른 민병대와는 달리 불교도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사원 부지 근처에 주둔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교도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시리킷 왕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곳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며 “그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면 훈련시키고 무장해야 한다면 무장시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태국 남부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교도들의 테러가 본격화됐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5천여 명이 숨졌다. 올해 4월 11일에도 태국 남부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정부군 2명이 사망하고 30여 곳에서 방화가 일어났다. 

서양인들의 마음에서는 불교가 평화주의와 연관되어 있지만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같은 불교국가들은 그동안 잔인한 분쟁에 관여해왔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불교국가에 끊이지 않는 분쟁

현재 태국은 말레이시아 국경 근처의 소수 무슬림들과의 유혈 내전에 휘말려 있고, 미얀마의 라킨 주에서는 불교도들과 로힝야족 무슬림들 간의 분쟁이 불가피해 보이며, 스리랑카에서는 장기간 이어지던 소수 타밀 족과의 내전이 불과 얼마 전에 마무리되었다.

업과 윤회를 강조하는 불교는 전통적으로 살생에 매우 부정적이다. 살생에 따른 업보가 살아생전이나 내생에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다수가 불교도인 국가에서는 싸워야 할 필요성과 국가 안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플로리다 주 에커드대학의 종교학 조교수이자 <불교도의 전쟁>이라는 책의 공동 편집자인 마이클 제리슨은 전쟁은 종교와는 무관한, 인간의 조건 중 일부라고 말한다.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폭력을 무척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모든 종교에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라고 제리슨은 말했다.

그는 불교에는 수도승들이 이끈, 1600년간의 반란과 분쟁의 역사가 잘 기록되어 있는 반면, 서양인들의 마음속에서는 불교가 평화주의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히 불교 내에는 평화주의에 관한 계율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로 거의 모든 세계적인 종교가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교는 살생이라는 행위보다 살생 이면의 ‘의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리랑카에는 병사들과 함께 다니면서 그들과 함께 독송을 하고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불교 승려들이 있지만 폭력을 지지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관점입니다. 성급한 병사들보다는 침착하고 차분하고 머리가 맑고 선의를 갖고 있는 병사들이 낫다는 거죠.”

티베트 스님들의 분신…불교와 국가주의

그는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도 최근 티베트에서 분신자살(소신공양, 역자 주)이 빈발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똑같이 ‘의도’에 중점을 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제리슨 교수는 “달라이 라마는 그들이 마약을 했거나 미친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며 대의를 위해 그 일을 하는 것이고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며 “이는 불교계 내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종종 활용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와 태국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는 “냉철한 이성이 우세에 있지 않으며” “국가의 균열이 신앙의 원천을 상징하는, 국토라는 성스러운 옷감에 존재하는 구멍이나 다름없다는 근거로 전쟁을 정당화하면서 불교 국가들이 국가주의와 불교를 맞물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정부군과 오랜 내전을 벌여온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 역시 “마지막 남은 진짜 불교의 자취인 ‘작은 눈물의 섬’ 스리랑카에서 ‘눈물의 섬’의 일부를 분리시키려 한 것은 마치 어머니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라고 제리슨은 지적했다.

“‘방어로서의 폭력’은 정치적 수사 불과” 

제리슨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쓰는 대부분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불교국가 역시 “수단이 결과를 정당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로서의 폭력’이라는 수사는 ‘평화를 위한 폭력’이라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비록 이것은 범법행위고 우리가 악업을 쌓게 되겠지만 ‘더 큰 선을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국가들이 역사적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불교 교리를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930년대에 일본이 중국을 침공하는 동안에도 병사들은 자신들이 불교를 수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공(空이) 유일한 실상(實相)이므로 결국 아무도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국지적인 반란에 맞서 싸우고 있는 불교 국가들은 자신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종파적인 게 아니라 경제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제리슨은 덧붙였다.

“지금 전 세계에서 막강한 불교 국가들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나요? 그 중에서 얼마나 많은 나라가 경제적으로 탄탄한가요? 경제력과 활력이 있으면 반란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우리는 현재 이슬람 국가에서도 많은 유혈사태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빈곤이 만연한 걸 볼 수 있죠.”

내전이나 국지적 반란은 겉으로는 종교적인 이유를 내걸고 있으나 실상은 먹고사는 문제, 경제의 문제가 분쟁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분쟁의 본질은 먹고사는 문제

CNN은 보도에서 불교와 분쟁에 대한 제리슨 교수의 해석과 함께 태국에서의 분쟁은 종교의 문제 보다는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함께 전했다.

태국에 거점을 둔 안보 분석가인 돈 파탄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 러 버가 불교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윤리적 측면에서의 불교에 대해 말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단지 다른 보안 부대와 구별되는 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반란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역사적 요인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유혈사태가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했다는 사실에서 문제의 세대적인 면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경험한 바로, 나이 든 세대에게서는 여전히 서로 잘 어울리는 탄탄한 사회적 구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교도건 불교도건 상관없이 사람들끼리 친구처럼 지내는 거죠. 하지만 더 젊은 세대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나이 든 불교도들은 일반적으로 이웃주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실용적인 말레이어를 구사하지만 더 젊은 사람들은 조부모들이나 하는 일로 여기면서 그 언어를 배우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가 두 공동체 간의 차이를 강화하며 학교에서 태국어로 말하도록 강조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돈 파탄은 지적했다. 

파탄은 “단순히 태국어가 아니라 중부 태국어”라며 “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자기 민족 중심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태국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의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태국 정부가)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화와 종교 간의 혼란이 폭력을 주도하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올바른 이슬람교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집단과 같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이슬람교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요? 이슬람교는 종교지, 문화가 아닙니다. (태국 남부의) 문제는 그들이 종교와 문화를 분리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들에게는 같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죠.”

정효선. 전문 번역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5년간 MBC 보도국 국제부에 근무했으며 ‘KBS스페셜’, ‘생로병사의 비밀’ 등의 프로그램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번역 작품으로는 KBS특별다큐멘터리 ‘마음’, ‘기억’, 다큐멘터리 ‘울지마톤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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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 2013-05-03 08:25:18
불교는 자비사상인데
조계종은 최연소 종정상을 수상한 스님을 소환한 번 안하고 죄를 뒤집어 씌워, 3차례에 걸쳐 인민재판식으로 징계하고, 절에서 깡패등 300명을 동원하여 무자비하게 쫓아냈다. 성호스님은 자승총무원장은 파계승으로 무자격자가 징계를 행했으므로 부당하다며 저항, 일종의 불복종, 종단정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성호스님은 아무 잘못도 없고 실형산 적도 없다.

껄껄 2013-05-01 17:55:56
폭행,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까지 다녀 온 승려가 호국투승을
자처하며 빨갱이 승려 처단을 외치는 기묘한 현상이 한국 불교에서 벌어지고 있고
조계종 어느 큰스님은 미얀마에 승려들이 승병을 조직해 사회주의를 무너트리면 미얀마도
잘 살수 있다는 법문을 자신만만하게 내뱉는 곳이 대~한민국 불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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