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유 리카르 스님 “행복은 기술…연마해 습득할 수 있어”
마티유 리카르 스님 “행복은 기술…연마해 습득할 수 있어”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2.11.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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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마음은 최고의 친구ㆍ최악의 적도 될 수 있어 하는 것”

미국 위스콘신대 신경과학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선정ㆍ발표했다. 프랑스 승려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가 그 주인공. 스님은 세포유전공학자, 달라이라마 불어 통역관, 철학자인 부친 장프랑수아 르벨과 함께 베스트셀러였던 <승려와 철학자>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한국에 왔다.

스님은 랍잠 린포체(H.E. Shechen Rabjam Rinpoche)와 함께 방한해 7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사진전ㆍ법회ㆍ명상워크샵 등을 통해 티벳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불리는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행복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타적으로 살아야…남 배려 않으면 살 수 없다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2일 서울 법련사(주지 법경)에서 사진전 개막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자비롭고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 모두가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남을 좀 더 배려하면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움직이는 경제, 중기적으로는 삶의 질, 장기적으로는 환경이라는 세 가지를 가장 잘 조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철학에 기반한 심리학, 경제학, 진화론 등은 인간을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새로이 등장한 ‘통찰’은 이타주의가 나와 내 이웃을 초월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리카르 스님은 “이타주의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필수이다. 지구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 이념이다”라며 “한국에서 예정된 법문에서도 이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타주의’에 관한 생각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 서적 100여 종과 논문 200편을 읽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행복하려면 마음 수련해야
1946년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출생한 스님은 명문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한 1972년 네팔의 세첸 사원에서 출가했다.

스님은 “행복을 얻으려면 다른 어떤 진지한 목표를 이룰 때와 마찬가지로 정진과 마음수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지식탐구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 존재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티벳불교에서 출가한 이유를 “까루 린포체(Kalu Rinpoche), 딜고 켄체 린포체(Dilgo Kyentse Rinpoche), 달라이 라마(Dalai Lama) 등 티벳 스승들로부터 인간 완성의 극치를 보았다. 나도 수행하면 (그들을) 닮을 수 있을까 싶어서 출가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 후 40여 년 동안 4만 시간 가까이 명상 수행 중이다. 스님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별칭은 스님의 뇌가 일반인과 다른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숙련된 명상가들을 대상으로 12년간 실험해 마티유 리카스 스님에게서 신경과학 사상 보고된 적이 없는 수치의 감마파가 발산된 것을 확인했다. 감마파는 의식과 집중력, 학습, 기억력과 관련이 있다. 또 스님의 뇌는 행복을 느끼는 좌측 전두엽이 우측에 비해 월등히 활성화 돼 있는 것도 찾아냈다.

▲ 마티유 리카르 스님의 작품.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스님은 “행복은 즐거움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경험을 계속 추구하단 정신적 피로감에 탈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삶의 존재 방식이다. 이미 내 안에 갖춰진 지혜, 내적 평화[佛性]등을 활용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행복은 기술이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마해 습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적 조건을 행복이나 고통으로 해석하는 것이 우리 마음이기 때문에 마음만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아르헨티나 독재 시절, 정부 측에 아내를 잃은 한 불자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아내를 잃은) 그가 생각했습니다. 내 아내를 죽인 그들을 증오할 것인가, 증오하지 말 것인가.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증오하지 말자고.”

스님은 “그 불자는 윤회와 과보를 알고 있었기에 증오하지 말자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해를 끼친 자를 증오한다면 증오-복수의 고리가 끊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비폭력이 (폭력 대응보다) 현실적으로 더 많은 힘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로 강조했다.

또, 마티유 스님은 “절망ㆍ좌절하는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그 마음 깊은 곳에 변화의 가능성ㆍ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육ㆍ스포츠ㆍ예술 등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듯 마음공부를 통해서도 변화한다. 하루 20분 명상만 해도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마티유 리카르 스님과 네팔 세첸 사원에서 수행 중인 랍잠 린포체. 티벳 랍잠 법맥의 7대 계승자로 NGO단체인 카루나-세천을 만들어 히말라야 사람들을 돕고 있다.

 

내 사진은 세상에 올리는 나의 공양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사진을 찍는다. 스님의 렌즈에는 영적 감동이 가득 담겼다. 

스님은 “나의 사진은 집착이 아니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가. 나는 위대한 스승과 함께 한 소중한 순간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카메라를 잡은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사진은 아름다운 순간을 모든 이에게 올리는 나의 공양”이라고 말했다.

어려움 만난다면 내 탓이려니, 긍정적으로 행동해라 
랍잠 린포체는 랍잠 법맥 7대 전승자로 네팔 세첸사원에서 티벳불교의 맥을 잇고 있다. 딜고켄체 린포체의 상좌인 그는 NGO단체인 카루나-세첸(Karuna Shechen)을 설립해 히말라야 인근 주민들에게 교육ㆍ의료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방한한 랍잠 린포체는 “불교가 사회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회의를 느끼는 네팔 젊은이들이 많았다. 마티유 스님이 네팔에 온 뒤 스님의 과학적ㆍ합리적 사고를 접한 많은 젊은이들이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

랍잠 린포체와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현재 상황서 어려움 만난다면 (과거의) 내 업이라 생각하라. 그리고 좀 더 긍적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라”고 말했다.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구나 나아지고 있고,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은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쉬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 마티유 리카르 스님의 작품. 법륜사 불일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한편, 이날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는 마티유 리카르 스님의 사진전을 개막했다. 두 스님은 같은 날 저녁 서울 봉은사에서 ‘마음을 닦아 뇌를 바꿔라’를 주제로 법문했다. 이어 3~4일 남양주 봉인사에서 티벳불교 전통에 따른 의례 등 일정 소화 후 7일 출국한다.

두 스님의 방한에 맞춰 한국불교와 티베트 불교의 상생 교류를 원력으로 설립한 단체인 세첸 코리아는 마티유 라카르 스님의 사진집 <고통에서 피는 희망>을, 민족사는 티벳 스님의 100가지 지혜를 담은 <세상의 끝에서 만난 스님의 말씀>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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