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걷는 스님 원공(圓空), 뛰는 스님 진오(眞悟)
  • 월간중앙
  • 승인 2012.10.2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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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걷기 달인 원공스님 살아있는 ‘인문지리서’

그래서 진오 스님은 올해 1월 베트남에서 첫 해외 원정 ‘기부 마라톤’을 펼쳤다. 1월 6일부터 13일까지 8일 동안 베트남 땅 500㎞를 마라톤을 뛰면서 누볐다. 경상북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타이응웬 성에서 200㎞를 뛰었고, 다시 탱화성으로 옮겨 300㎞를 더 뛰는 초인적 일정이었다. 그리고 올해 8월 중순 베트남 타인호아성 일대에서 108㎞를 또 뛰었다. 앞서 말한 ‘108 해우소’사업을 위한 것이었다. 올해는 마침 한·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는 해여서 양국 간 ‘우호증진’이라는 좀 거창한 명분도 내걸었다.

진오 스님의 ‘기부 마라톤’은 국내에서도 10년째 꾸준히 이어진다. 당장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충북 영동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00㎞를 완주했다. 그는 13일 오후 4시에 출발해 밤새도록 달려 15시간 28분만에 주파했다. 진오 스님은 국내에서 풀코스·울트라를 포함해 1년에 너댓 차례씩은 마라톤을 뛰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4월 ‘불교 108㎞ 울트라마라톤’, 5월 ‘울산 100㎞ 울트라마라톤’, 6월 ‘낙동강 200㎞ 울트라마라톤’, 9월 ‘308㎞ 한반도 횡단 마라톤’ 등에 참가했다.

진오 스님은 2013년 1월 독일에서 또 한번의 ‘기부 마라톤’ 700㎞에 펼칠 계획이다. 1월 8일 독일 본을 출발해 목적지인 베를린까지 15일간 매일 50~70㎞씩 뛰는 강행군이다. 모금 목표액은 10억원. 1㎞를 뛸 때마다 후원금 기준을 1유로로 정했다. 환율이 1유로당 1400원 수준이므로 국내에서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부른 셈이다.

그가 두 번째 해외 원정지를 독일로 정한 것은 내년이 1963년에 대규모 광부·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한 지 5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누구보다 국내 이주민들의 애환과 고통을 잘 이해할 것으로 본다” 고 진오 스님은 후원금 모금 목표 달성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공 스님은 “전국의 리 단위는 몰라도 면 단위까지는 걸어서 다 가봤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원공 스님은 전 국토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손바닥 안의 지도를 들여다보듯 한다. 그리고 각 지방의 지형, 물산, 풍속, 인심 심지어 집성촌의 족보까지 두루 꿰는 살아 있는 ‘인문지리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 들면 최근에 걸었다는 4대강 길을 그는 이런 식으로 줄줄 읊는다. “한강, 낙동강을 거쳐 목포로 넘어가 영산강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산강을 따라 올라가면 죽산보와 승촌보라는 새로 만든 두 개의 보가 있다. 영산강은 그 위 담양이 끝인데, 용면 용추산 용소가 발원지다. 발원지 아래쪽 금성면에 이미 담양댐이 하나 있어 길이 막힌다. 금강을 가려면 다시 돌아 나와 대전면에서 장성으로 넘어가서 순창, 정읍, 익산을 거쳐 군산으로 가야 한다. 금강은 발원지가 (전북) 장수 뜸봉샘이다.” 

원공 스님은 걷기에 관한 한 거의 달인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요즘 사람들에게 ‘걷기 예찬론’을 편다. “걷기를 하면 사람이 달라진다. 걷기는 남을 대신 시킬 수가 없다. 처음에 는 힘들지만 걷다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면 도전 의식, 자신감, 지구력 등이 생겨 다른 일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과보호로 걸을 기회가 적은 청소년에게 더욱 권할 만하다. 부모가 걸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서 걷기 마련이다.”

그는 이어 “걷기는 다이어트에도 아주 좋다”고 걷기 세계로 유혹의 강도를 더 높였다. “요즘 사람들은 잘 먹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해서 다이어트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밥 잘먹고(食補), 적당히 걷고(行補), 마음을 다스리는(心補) 3보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

원공 스님은 걷기는 ‘자연스럽게 동참’해야 한다며 “강압적이 되는 조직은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이 걷겠다는 사람은 내가 업어서라도 함께 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원공 스님은 애초에 “30년만 걷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를 벌써 4년이나 넘겼다. 그는 “체력이 한 해 한 해 달라진다”면서도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걷겠다”고 말했다. 진오 스님 역시 “뛸 때는 너무 힘들어 그때마다 그만 두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면서도 “내가 세운 발원이 이뤄지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진오 스님은 마라톤을 하면서 때로는 “코피가 터지고, 너무 졸려 뺨을 때려가며 뛸 때도 있다”면서 순간의 고통을 토로한다.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마라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절집의 법등은 무명(無明) 세상을 밝힌다. 스님들이 자비와 나눔으로 중생구제에 나서는 것은 그런 법등과
같은 역할이다. 나는 돈도 없고, 사회적·정치적 영향력도 없다. 내가 가진 것 중 법등 하나라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튼튼한 몸뿐이다. 그래서 나는 법등 대신 내 몸을 태우기로 한 것이다. 나는 당분간 뛰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다문화 가정을 우리와 하나되게 하는 꿈을 꼭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만 보면 참지 못하는(?) 원공 스님을 가리켜 ‘쓰레기 스님’이라는 별명도 있다. 겉만 보면 틀린 말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국토를 보물처럼 여기는 그의 깊은 속내를 알고 나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보물 스님’임을 이내 깨닫게 된다.

다문화가정 일이라면 ‘결사옹위’하는 진오 스님도 흔히 ‘다문화 스님’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진오 스님이야말로 ‘한문화 스님’이라 불려야 마땅하다. 다문화 가정을 껴안아 한가족으로 만드는 일에 그렇게 열심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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