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雨 조광래 단장, 한국 항공우주시대를 쏘다
法雨 조광래 단장, 한국 항공우주시대를 쏘다
  • 이혜조 기자
  • 승인 2012.10.19 11: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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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차 발사 앞둔 나로호발사추진단장 “龍騰萬里雲”

▲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르호발사추진단장.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성여신(至誠如神.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신과 같은 놀라운 힘이 있다).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귀에서 얼마나 이번 프로젝트를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심정으로 대하는지 읽을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조립한 1단 발사체가 도착한 뒤 2단을 조립해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매일 발사운용 리허설을 되풀이 하고 있다. 러시아가 관여하는 1단 로켓에 12만개, 우리 쪽에 3만개 모두 15만개의 부품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배수진을 친 3차 발사 프로젝트는 그에게 신경안정제를 찾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이까짓 걸 못 버텨했지만, 결국 신경정신과에 갔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같은 연구원에서 '아리랑 3호 위성' 책임자와 '천리안 위성' 책임자도 나와 같은 병원을 다녔다." 1995년 로켓연구에 빠진 뒤 지금까지 단 두 차례 휴가를 다녀왔다. 전화받을 틈조차 없다는 조광래(53)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을 D-8일인 지난 18일 저녁 어렵게 전화로 인터뷰했다.

엔진, 유도 제어, 구조 경량화, 전자, 지상 발사대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나로호는 발사 54초 만에 음속을 돌파한다. 215초에 페어링이 분리되고 232초에 1단이 떨어져 나간다. 540초에 위성이 분리되면 성공한다. 9분이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고도 302km에서 위성은 초속 8km로 궤도에 진입한다.

9분 가운데 페어링이 분리되는 215초가 위기이다. 조 단장은 “이제 하늘 문이 열리고 나로호가 540초를 견뎌주는 것만 남았다.”고 했다.

3차 발사의 성공여부를 묻자 “완벽하게 준비해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공학에서는 '랜덤 페일여(random failure)'라고 한다. 비유하면 어제까지 잘 나오던 TV가 오늘 갑자기 안 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경우의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극한의 스트레스와 눈코 뜰 수 없이 바쁜 순간임에도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조 단장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다. 마치 오랜 수행정진한 내공이 싸인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불자란다.

그래서인지 그의 카카오톡 닉네임은 ‘용등만리운(龍騰萬里雲. 용은 멀리 구름 위를 오르네)이다. 경봉 스님의 법문에서 따왔다. 어약천강수(漁躍千江水 고기는 천 강물에 뛰놀고), 용등만리운(龍騰萬里雲)이라고 읊은 경봉 스님은 “이렇게 멋들어진 말을 해도 대중이 아무 말이 없어서 내가 대신 한 마디 한다. 참 멋있다”하고 법상을 내려왔다는 기록이 있다.

조 단장의 부인은 3차 발사를 앞두고 백일정진 중이다. 어려서부터 불교집안이라는 조 단장은 종정 되기 전 월하 스님으로부터 오계를 받았다. 월하 스님이 준 법명은 법우(法雨)이다. 이후 경봉 스님 상좌에게서 ‘어약청강수~'가 적힌 한지를 받았다.

신행생활을 어떻게 하냐고 묻자 “나는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인데다, 이 곳에 데리고 있는 직원이 모두 400명이다. 그들도 자신의 종교가 있거나 무종교인도 있을 것이다. 하여 내 종교를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주남저수지 환촌에서 태어난 조 단장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충, 완벽한 시스템 구축 등의 난제를 뚫고 1, 2차의 실패를 거울 삼아 마지막인 26일 3차 발사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전화를 끊자 경봉 스님의 법문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매화가 찬 눈 속에 피면 그 향기가 그윽하게 짙고, 수행인이 신고(辛苦)끝에 도를 알면 마음의 광명이 온 누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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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시작 2012-10-21 19:39:21
쉬쉬하다보니 불교는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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