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두면 2020년께 갯벌에서 서식하는 넓적부리도요가 멸종합니다. 특정 종의 감소 또는 멸종은 곧 인간 생존에 직결됩니다.”
‘문화공간 숨도’와 마이크로하비다트 등은 3일 프레스센터에서 ‘갯벌의 소리를 느껴라’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규칠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펴낸 보고서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조간대 서식지에 대한 상황분석> 한글판 발간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보고서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각국의 해안 매립으로 시베리아부터 동남아시아까지 이동하는 철새인 넓적부리도요가 2020년께 멸종할 것이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넓적부리도요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해안 매립으로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조간대(潮間帶)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조간대는 바다와 민물과 육지가 만나는 곳으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규칠 이사장은 대학생 기자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청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부처님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다’는 연기(緣起)를 말씀하셨다. 이 같은 존재의 상관성을 바탕으로 넓적부리도요 등 다른 존재가 나를 있게 하는 존재라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다른 생명에 대한 동정ㆍ자비를 초월해 다른 생명이 나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스터디를 하거나, 퍼포먼스를 펼치거나,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등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뭇생명에 대한 관심을 실천하는 삶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패널로는 최재천 석좌교수(이화여대), 스캇 퍼킨 박사(IUCN 아시아지역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그램 사무소장), 나일 무어스 박사(새와 생명의 터 대표), 스파이크 밀링턴 소장(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통로 파트너십), 김산하 박사(마이크로하비타트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메시지로 행사를 응원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명함에 새겨진 ‘넓적부리도요’를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명함을 전할 때마다 ‘넓적부리도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뭇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ㆍ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천 석좌교수는 박원순 시장의 명함과 같은 ‘범국민 동물 짝 갖기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했다.
최 석좌교수는 “알면 사랑한다. 알고도 짓밟을 사람은 없다”며 “넓적부리도요의 멸종 위기처럼 모르고 지나는 일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생존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만나기 위해 서천군 갯벌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