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파병은 시대적 부름을 받은 젊은이들이 목숨 바쳐 희생된 결과, 오늘날의 대한민국 성장에 디딤돌이었다는 공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민간인희생자 관련자료만 언급함으로써 저의 본뜻과 달리 월남전참전자회원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끼쳤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마라톤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진오 스님이 21일 페이스북에 월남전 국군 파병 관련 자신의 글에 대한 유감과 해명의 글을 올렸다.
스님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 오해를 사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월남참전자회 등 구미지역 보훈단체들로부터 “구미를 떠나라”는 거센 항의를 받아왔다.
보훈단체들은 스님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글 가운데 ‘1964~1973년 한국은 베트남에 31만5000명을 파병했고, 한국인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가 5만명’이라는 부분과 ‘박정희 용병’ 등 표현을 문제 삼았다.
스님이 올린 글은 매스컴 보도와 <미안해요 베트남> 등 관련 출판물, 베트남을 오가며 직접 들은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들이다.
16일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보훈단체들은 “4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조용히 살고 싶은데, 진오 스님이 우리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스님을 성토했다.
진오 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정희용병’과 ‘남조선군대’ 표현은 베트남전 당시부터 사용됐던 용어이며, 현재도 베트남 현지의 각종 위령비에는 그렇게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 고향으로 공단도시로 특혜를 받았고 앞으로도 박정희-박근혜의 그늘 속에 살아갈 도시”라며 “구미시가 더욱 더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베트남출신 결혼이주여성의 가정폭력 피해와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정책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오 스님은 “한국과 베트남은 화산 이씨 시조가 베트남 왕족이라는 800년 전 인연과 현재 대한민국에 시집온 베트남 이주여성이 4만명에 이르는 사돈국가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전쟁을 겪고서도 공산주의를 선택한 만큼 그들의 잊혀 지지 않는 상처를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유를 막론하고 출가승려로서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제 본뜻과 달리 월남전참전자회원 여러분들께 사려 깊은 표현을 하지 못했음을 넓게 헤아려 달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미래의 양국가간의 우호증진을 위한 저의 노력과 월남전참전자회의 국익을 향한 노력이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상생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에 앞선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미 보훈단체의 반응에 곤혹스러워 했다.
베트남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스님은 “한국이 파병으로 베트남인에 상처준 것은 분명하다. 베트남인들의 아픈 상처를 불교 등 종교계가 앞장서 보듬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오 스님은 마라톤을 통해 1km마다 100원씩 모금으로 희망을 만들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꿈을이루는사람들’을 통해 구미시내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북한이주민, 이주민 2세 자녀 등의 어려움을 발 벗고 나서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