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WFB 제26차 한국대회 후기/이치란 위원
[기고]WFB 제26차 한국대회 후기/이치란 위원
  • 이치란
  • 승인 2012.07.02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가자들 한국불교문화에 매료, 한국불교 세계화에 기여
이번 제 26차 WFB(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는 대형 국제 불교 대회로서 한국불교계에 많은 것을 시사해준 모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세계 이 곳 저 곳에서 참가한 국제 불교 지도자 급 참가자들은 한국대회에 대체로 만족하고 한국불교문화인식에 지평을 넓히고 비교적 좋은 인상과 감동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WFB는 현존하는 국제 불교 기구로서는 가장 역사가 길고 본부 사무국이 상근체제를 갖추고 태국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체계적인 예산과 집행으로 운영되고 대회공식 언어가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불교 기구이다. WFB의 최고 의결과 집행은 집행이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집행이사는 세계주요 불교국가에 적절하게 안배된 국제 불교전문가들로 구성되고, 여기에 15명의 부회장단은 각국의 불교지도자급들로 구성된 명예직으로서 지역안배에 의한 각 나라 WFB 지부를 관장하고 신규 가입에 대한 추천권을 갖는다. 11개 상임분과회의를 맡는 상임분과위원장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사실상 이들이 WFB를 움직인다고 할 것이다. 180여개의 WFB 지역본부(지부)와 40여개의 WFBY 지부인 220여 지부에서 참가한 2명의 대표단인 440명과 본부 임원 등 5백 여 명이 주축을 이루어서 매 2년마다 WFB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체로 WFB 대회에서 다루어진 어젠다(agenda)면 세계불교계의 현안문제를 커버한다고 본다.

이런 WFB배경에 대한 인식을 갖고 본다면, WFB 대회를 단순한 친목을 도모하는 우의회의 모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보다 심층적인 입장에서 WFB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WFB 한국대회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WFB 대회에 대해 이해를 돕고 향후 한국불교계가 국제 불교활동에 임해서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이번 대회가 참가들의 반응을 보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보지만, 정작 우리 쪽에서는 마치 대회가 파행된 것처럼 비춰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보는 관점의 차이이겠지만, 교계언론을 비롯한 많은 불자들은 중국불교대표단의 출국이나 회장 사무총장의 조기 귀국에 더 비중을 두고 대회가 파행으로 가지 않았나 하는 듯 보도해서 이번 대회를 보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회는 형식상 조계종과 중앙신도회 WFB 지역본부가 호스트가 되어서 치룬 대회이다. WFB 헌장 규정상, WFB 지역본부(지부)만이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내용적으로는 조계종 산하 호남 6본사가 주축이 되어서 여수지역 사암연합회가 동참한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명예대회장을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이 대회장을 맡아서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준비와 진행은 여수사암연합회가 주도하고, 진옥스님이 집행위원장을 맡아서 사무국을 이끌면서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역할을 했다.

아무튼 이번 WFB 대회를 개최하면서 한국불교계로서는 대형 세계대회를 개최한 경험과 인력 부족을 감안한다면 100%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참가자들의 반응을 보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하겠다. 이런 결과는 우리의 국제대회에 대한 열등감과 평가와는 다르게 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회를 통해서 한국의 불교문화와 전통사찰환경과 수행공동체문화에 상당한 호감을 느꼈으며, 특히 채식위주의 사찰음식에 매료되는 경험에 탄성을 질렀지만, 국내의 관전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 대해서 인식의 갭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 역시 우리가 세계불교를 보는 눈높이와 언어장벽에 의한 소통부재가 낳은 결과가 아닌가 하며 어떤 면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WFB 대회는 참가들이 주축이 되어서 진행되는 국제회의이다. 어젠다(agenda)에 의해서 토의하고 결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주요 의사일정이다. 사실, WFB 입장에서 본다면 12일에 열린 WFB 총회(general conference)가 가장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신규 회원 8개 지부 가입인준, 2개의 상임분과위신설과 회장단 집행이사 상임분과위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주요 의제였다. 그런 다음에 각 지역 본부의 활동보고를 통해서 세계불교계의 현장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지부 활동보고를 통해서 세계불교의 돌아가는 정세와 정보를 얻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번 총회는 중국대표단의 티베트 대표 본 회의장퇴장 요청으로 옥에 티가 되었는데, 중국대표단은 결국 중도에 귀국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12일 오후 1시에는 11개 상임분과회의가 열렸고 오후 4시에 흥국체육관으로 이동하여 개회식에 참가했다.

중국대표단과의 실랑이는 WFB 본부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사무총장은 티베트 대표단에게 중국대표단의 항의성 요청사정을 알리고 본회의 진행에 협조하는 뜻에서 밖에서 중국대표단과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조율해주었으면 한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세한 전말을 모른 일부 언론이 사무총장이 티베트 대표를 퇴장시켰다는 보도를 냈다. 이 문제는 오전 본회의가 끝나고 개막식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또 한 차례 항의소동이 발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WFB 회장이 개막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WFB 회장이 불참한 개회식이 될 뻔했다.

아무튼 참가들은 진지하면서도 한국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을 즐겁게 소화하는 모습을 취했으나 정작, 이 대회를 앞에서 이끌면서 조정해야할 당사들인 우리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해서 오히려 안타가운 일이 되고 말았다. 수송과 방 배정 등 등록 수속에서 참가자들에게 다소 피로감을 주었고, 첫 날 채식 준비 부족으로 많은 채식 주의자들의 빈축을 샀으나 다음날 아침 바로 해결했다. 그만큼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은 개회식 식전행사에서 보여준 불교합창제에서 감동을 받았다. 동시통역기가 있긴 했지만, 영어 사회가 있었으면 했고, 사회자 가운데 한 사람은 영어 사회자였어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여론이었다.

13일 학술대회를 마치고 오후 보살계 수계법회에는 참가자 전원이 동참했는데, 한국불교 보살계 수계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 14일 비지니스 포럼은 WFB 본부에서 주관한 포럼이었고, 참가자들의 반응이 컸다. 14일 오후 엑스포 관람은 참가자들에게 한국경제와 산업 그리고 IT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사찰순례였다.

화엄사와 송광사를 순례한 참가들은 한국의 전통 사원과 풍광에 압도되고 사찰음식에 매료되어 어쩔 줄 모르는 탄성을 자아냈다. 어떤 참가들은 절간의 방에 앉아서 점심을 먹어보기 위해서 긴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불교는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했다, 한국불교가 세계화하는데 기본은 갖추고 있으나 정작 이를 운영하는 주체나 콘텐츠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성과 쇄신결사가 마무리되면 이런 분야에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2년 전 제17차 대회나 이번 대회에서 느낀 결론은, 참가자들에게는 전연 문제가 없었고 대회를 준비하는 우리의 경험과 인력이 문제였음을 절감했다. 국제대회는 국제회의의 경험이 있는 자들의 모임이고 무엇보다도 언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대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운영하는 주체는 국제대회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언어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전문가들이 담당해야한다는 결론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문제는 여실하게 나타났다. 경험부족과 언어장벽으로 인한 편견과 오해는 결국 대회진행에 파열음을 내게 되고 직책은 맡았지만, 역할을 못하는 부적합한 입장에서 대회운영에 보탬이 되지 않았음을 목격하게 됐다. 또한 불교도대회에 참가하여 종교적 신념이 다르면서도 불교를 위한다는 것과 예산확보에 협력한다는 명분으로 대회를 그릇되게 인식하는 일부 몰지각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할 점으로 대두됐다.

이번 WFB 한국대회는 한국불교계로서는 큰 결실을 거둔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무엇보다 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사찰환경과 수행생활 공동체에 감동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국불교는 희망이 있음을 발견한 대회였다. 그리고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이 WFB 본부 부회장에서 명예부회장으로 추대되고, 진월스님이 조계종 몫의 본부 부회장에, WFB 본부 사무차장으로 활동했던 본인이 WFB 본부 집행이사에 선출된 것은 한국불교계의 큰 수확이 아닌가 한다. WFB 제26차 한국대회는 15일 폐회식에서 대회선언문을 발표하고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16일 모든 참가자들은 아무런 사고 없이 전원 출국했다. 이번 대회에 물심양면으로 협조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WFB 본부를 대신하여 감사드린다.

이치란/WFB 태국 본부 집행이사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