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참 열심히 한 교수...성과 인정해줘야"
"황우석 참 열심히 한 교수...성과 인정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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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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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정근모(67)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원장은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원로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분위기가 됐으며 한다”며 “원내에 곧 만들어질 ‘과학기술연구윤리위원회’를 통해 굵직한 이슈에 대해 정책자문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석학 모임인 한림원 원장으로 국내 과학계와 삶을 같이해온 정 원장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정부 및 국민을 상대로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학정책 문제점에 대해 정 원장은 “장기적인 비전보다 전시효과가 있는 일들을 찾고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는 이어 “특히 젊은 과학도들에게 적더라도 연구예산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과학교육 시스템도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해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15년 후 열매를 맺을 1~2개 분야에 대해 집중 노력해주기를 바란다”며 김우식 신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황우석 교수 사태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사실 황 교수에게 엄청난 예산을 준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보니 문제가 더욱 커졌습니다. 커지면 ‘대마불사’라고 해서 서로 봐주고 엄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우리 사회 운영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결과가 중요한 것처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했지요.

-황 교수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황 교수가 수의대 교수로서는 참 열심히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성과도 있었고 이 부분은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황 교수가 영역을 급속히 확대한 것이 문제였지요.

-우리 과학계가 어려운 상태인데요. 현 정부 들어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대통령이 5년 단임제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비전보다 쉽게 할 수 있고 전시효과가 있는 일들을 찾았지요. 이것이 결국 덫이 된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전시효과를 중시하면 결과적으로 뜻 깊은 탄탄한 발전은 어렵습니다.

-과학계의 부끄러운 현실을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지적인데요.

▦노벨상 수상자가 왜 안 나왔느냐. 해답은 우리가 그런 목적을 가지고 과학체계를 발전시키고 운용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발전 시대에는 현장 기술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기초과학은 등한시했습니다. 기초과학과 시장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지요. 우리가 지금까지 운영해온 압축 경제과학 발전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일이지요.

-단기성과 위주, 기초과학 외면 등이 우리 과학계를 만들었다는 지적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과학행정은 최소 10년, 15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5년 동안 성과물을 내놓으려면 쇼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했는데 이를 전시행정으로 추진했다면 건물만 짓고 끝났을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출범 당시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까. 돌이켜보면 설립한 지 15년이 흐르면서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계 원로로서 우리 과학기술 수준을 어떻게 보십니까.

▦과학은 적어도 3세대를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제1세대는 현대 과학기술에 입문해 초석을 놓는 사람, 제2세대는 초석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3세대인데 이들은 1ㆍ2세대의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말합니다. 내용을 만드는 세대입니다. 저는 우리 과학계가 이제야 제3세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합니다. 국민들은 왜 제3세대가 안 나오고 있느냐 물을 수도 있지만 현재 각 분야에서 미래 한국을 짊어질 젊은 과학도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3세대 육성을 위해 장기 플랜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 있다면.

▦우선 저는 여ㆍ야를 막론하고 합의를 해야 할 정책 분야가 바로 과학기술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이 바탕 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제3세대 과학 기술자를 만들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현재 과학 교육 시스템은 문제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생각할 시간이 없이 쫓겼기 때문에 너무 짓눌려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에, 특히 과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 현실입니다.

-명지대 총장으로도 재직하고 계신데요. 학교 책임자로 다른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계시지는지요.

▦저희 대학에서는 ‘방목기초교육대학’을 시작했는데요. 존경받는 분들의 강의를 듣고 학생들로 하여금 동기부여를 하게끔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을 해본 사람은 알지만 노벨상은 엉뚱한 생각에서 나옵니다. 형식적이고 판에 박은 연구로는 획기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파격이 가미된 연구가 돼야 하고 제3세대가 이 같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새 분야를 열어줘야 합니다. 방목기초교육대학은 제3세대를 키워내는 특징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교육제도 개선 외에 과학인재를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젊은 과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고루 나눠줘야 합니다. 몇 개 프로젝트에 큰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보다 이것이 시급합니다. 또 연구와 교육이 합쳐지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카이스트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연구 따로 교육 따로 하는 것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연구비의 50~70%는 젊은 과학도에게 배분돼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 교과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창의적인 과학인재를 키울 수 있는지요.

▦교육은 인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뇌 작용, 뇌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규제를 당하지 않게 하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엉뚱한 것을 했어도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논리가 옳으면 인정해주는 그런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정답만 있는 세계는 아닙니다. 정답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황 교수 문제뿐 아니라 과학을 둘러싼 이슈가 적지않습니다. 하지만 최고 모임인 한림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데요.

▦앞으로는 그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원로들이 심사숙고해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그것을 경청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합니다. 다행히 국회에서 예산을 배정, ‘과학기술연구윤리위원회’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 번 한림원 총회에 상정, 통과되면 위원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연구 윤리뿐 아니라 굵직한 이슈에 대해 정책자문을 할 계획입니다. 한림원은 출연 연구기관이 아닙니다.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것입니다.

-끝으로 김우식 신임 과기부총리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부총리께서는 학교와 정부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15년 후 열매를 맺을 1~2개 분야에 대해 집중 노력해주시길 당부합니다. 덧붙여 젊은 과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주셨으면 합니다.

[발자취] 과기장관 두차례 지낸 '과학계 산역사'

2차례에 걸친 과학기술처 장관 역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파 등.

정근모 한림원 원장은 삶 자체가 국내 과학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료로 또는 연구가로 때로는 교수 및 기업체 사장으로 우리 과학계에서 크고 작은 업적을 이룬 몇 안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거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천재로 불렸다. 지난 67년에는 뉴욕 공과대 에너지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또 71년에는 KAIST 설립 제안서를 작성했고 초대 부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의 KAIST를 있게 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정 원장은 이밖에 한국표준형 원자력발전소 설립개념 및 시스템을 개발, 우리나라에 한국형 원자로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과학재단 에너지 정책 수석심의관, 국제 원자력 UN 기구 의장직 등 외국에서도 과학자로 명성을 날렸다

행정관료로서 그는 제 12대 및 15대 등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대학교 교수 및 총장으로 그는 아주대에 국내 처음으로 에너지학과를 신설했다. 호서대 총장 재직시에는 학교를 벤처 전문 종합대로 육성 발전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림원 원장, 명지대 총장, 호서대 명예총장, 장기기증운동연합회 회장, 도산기념사업회 회장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받은 상만 해도 ▦세계원자력한림원 공로상 ▦미국과학재단 최우수상 등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과학의 태동을 이끌어온 그는 요즘 젊은 과학자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약력

▦39년 충남 보령 출생
▦59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66년 MIT 핵공학과 교수
▦7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원장 및 교수
▦82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사장
▦88년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90년 제12대 과기처 장관
▦94년 제15대 과기처 장관
▦2004년 한림원 원장, 명지대 총장, 호서대 명예총장

대담=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
정리=이종배기자 ljb@sed.co.kr

/ 기사제공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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