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결사, 요건 부족 우회적 비판 “소의경전 등 갖춰야”
“조계종 살만해 졌다. 불사할 만큼 했고, 등 따시고 배부른 시대가 왔다. 쇄신은 혁명이다. 개혁은 자기 발전적 개혁이어야 한다. 출가정신 상실이 문제다.”
동국대 보광 스님이 자성 쇄신 결사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출가정신 회복을 꼽았다. 보광 스님은 8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열린 중앙종무기관 조회에서 ‘신앙결사의 역사’ 강연을 통해 종단 결사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보광 스님은 자성과 쇄신결사의 배경을 우선 ‘종단 승규의 문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자기성찰과 자정운동’이라고 보았다. 또 ‘종도의 무사안일한 출가정신 상실’과 ‘불교의 시대적인 사회인식 변화 요구에 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문화 우리 스스로 버렸다”
이어 보광 스님은 △현 시대에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쇄신운동, 개혁운동) △국가권력의 종교차별 △불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촉구 △종교간의 갈등 위기 의식 등을 종단 결사 추진배경으로 덧붙이고, 종도들의 출가정신 회복을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촉구’를 지목하면서 “전통문화를 우리 스스로 버렸다. 태고종에서는 49재를 하면서 영산재를 한다. 세계적 공연도 한다. 조계종은 정화 때 요령과 목탁만 가져왔다. 우리가 (영산재 등 불교문화) 무시했다. 전통문화를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광 스님의 강연은 신앙결사의 역사적 배경과 유형, 역할 설명에 치중했지만, 강연 끝에 ‘신앙결사의 구성요소’를 조목조목 들면서 현 종단의 자성쇄신결사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결사의 명칭과 사상적 배경, 실천방법인 공통적인 신앙생활이 없다는 점을 직접 언급해 사실상 현 종단의 결사는 ‘결사의 구성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보광 스님이 언급한 신앙결사의 구성요소는 △소의경전 △결사명칭 △회주(사주 맹주) △결사청규 제정-실천강령 △결사문-결사정신 △결사대중-사부대중 균등 △결사역할 분담-임원 △신앙방법 △결사재정-회비, 재원 △결사실천확인 점검 등이다.
“자성 쇄신 결사 사상적 배경은 무엇인가”
보광 스님은 결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의경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불교계 NGO활동이 많아졌지만 환경이나 통일, 평화운동을 하면서 어떤 경전을 가지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소의경전이 없으면 시민단체에 이용당한다. 이는 우리가 부처님의 교리와 사상에 입각해 운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결사에서의 소의경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자성과 쇄신 결사의 사상적 배경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사명 스님의 호국 의지는 <법화경>이었다. 스님은 품에 9.4cm의 호신불을 지니고 다니며 염불했다. 부처님에게 의지한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에게 이런 것이 사라지고 있다. 옛 스님들은 불감을 지니고 다니면서 여관에서 잠을 자도 불감을 모시고 염불을 했다.”며 출가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종단 결사의 사상적 배경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보광 스님은 현재 종단의 ‘자성과 쇄신 결사’의 명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스님은 “결사의 명칭은 누구나 공감하는 명칭이어야 한다. 현재의 명칭인 자성과 쇄신 결사는 결사의 방향이지 명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결사의 주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보광 스님은 “경사에는 회주(맹주=사주)가 나와야 한다. 사부대중이 동참하는 것이 좋지만 중심인물이 있어야 한다.”며 “정혜결사도 ‘지눌’이라는 인물로 인해 결사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결사를 위한 결사문과 구체적 실천강령도 요구했다. 스님은 “결사에 필요한 청규가 나와야 한다.”며 “결사문을 통해 결사의 정신이 모두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오늘 읽은 결사문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만의 자성과 쇄신 결사문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결사, 사부대중 차별 있어선 안된다”
보광 스님은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결사에서 사부대중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여산혜원 선사는 백련결사를 승려인 친동생에게 맡기지 않고, 유주민이라는 재가자에게 책임을 맡겼다. 자성과 쇄신결사도 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결중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외호대중과 정진대중은 다르다”면서 “외호대중은 화주이다. 재정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사의 구체적 신앙방법을 마련을 할 것도 주문했다. 염불을 하던 108배를 하던, 결사 참여대중들이 통일된 신앙방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광 스님은 “결사는 구체적인 신앙방법이 있어야 한다. 서민, 사부대중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신앙이 나와야 한다. 조계종의 지금신앙은 무엇인가? 관음신앙인가 미륵신앙인가?” 관음 정진은 천태종에 뺏겼다. 옴마니반메훔은 진각종에 뺏겼다. 조계종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며 “은진미륵도량인 한 사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관음성지라고 선전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결사, 통일된 신앙방법·회비납부 해야”
결사 참여를 위한 회비납부도 요구했다. 스님은 결사에 참여하는 대중들에게 입회원서와 회비를 받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스님은 “결사는 반드시 회원들의 회비 납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사 참여자들의 참여의식을 위해서라도 회비를 내야 한다.”며 “보광사는 결사를 10년간 준비했다. 회원들이 하루에 100원씩 회비를 낸다. 연간 36,500원이다. 하루에 100원 씩 내는 것이 바로 참여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결사실천 확인도 강조했다. 매일 매달 매년 결사 실천내용을 확인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광 스님은 총무원 주도의 자성쇄신 결사를 ‘종단 주도형 결사’라고 해석했다.
“종단 주도 결사 없는 이유는 심각성 모르기 때문”
스님은 “종단 주도형 결사는 중국과 한국 어디에서도 없었다. 하지만 봉암사 결사와 현재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는 종단 주도형 결사로 본다.”며 “종단주도형 결사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종단 안에 있다 보면 밖에서는 보는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성과 쇄신 결사는 제 2정화 운동이다. 첫 정화 운동은 무력이 동원됐지만, 지금은 자성과 쇄신으로 새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광 스님은 “결사에서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며 “신앙결사의 한 형태인 중국 수나라 삼계교가 무진장원을 통해 서민을 위해 무이자 무담보로 돈을 빌려줬다. 종단도 서민금융을 운영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보광 스님은 “보조 스님의 정혜결사는 개성의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국가주도의 대형 법회 등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에 시작될 수 있었다. 고려불교에서 교단과 종단, 왕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연구할 게 없다. 송광사는 16국사를 자랑 할 일이 아니다. 정혜결사가 이루어진 곳에서 16국사가 나왔다는 것은 결사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우리도 정말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