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문제 해결의 길은
시민적 상식과 민주주의의 성숙에 있다
한국의 종교문제 해결의 길은
시민적 상식과 민주주의의 성숙에 있다
  • 윤남진 소장
  • 승인 2011.07.26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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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남진 소장의 시민사회&종교비평- ③

   필자는 지난 글 [종교 갈등의 기저는 한국 종교시장의 경쟁 격화]를 통해 종교인구 50%시대를 지나면서 종교의 시장경쟁상황이 꾸준히 강화되었고, 특히 개신교의 목회자 등의 공급과잉에 대한 내부 통제력의 부재, 시민사회가 성장하여 공공영역에서 개신교 대체재로 등장하는 등의 사정이 종교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갈등의 완화를 위해서는 상당부분 수많은 종파로 분립되어 있는 개신교계의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긍정적 의미의 연합운동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개신교계는 감독교회인 감리교를 중심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2013년 부산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WCC총회에 한기총이 참여할 것인가 여부가 개신교계의 관심사항 중 하나인데, 내년(2012년) 1월에 새 한기총 회장에 장로교단의 후보자가 아니라 기성교단(기독교성결교회)이 내세운 후보자가 당선된다면 참여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이 대회가 교회일치운동의 확산 등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개신교는 장로교단을 필두로 보수적 이념과 배타주의적 신학을 굳건히 고수하고 있는 교단이 절대다수이면서 대형화된 힘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종교 남용, 일방적 종교 강요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종교의 사회권력화 문제 등이 개신교계 내부의 자기성찰을 통한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개신교 내부의 더 치열한 변화를 유도하는 해법의 일단을 우리는 강의석군 종교자유침해 소송 대법원 판결문의 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의석 군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광학원이 시행한 종교교육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것'이라고 명기했다. 결국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을 확장, 성숙시키고, 동시에 보편시민사회 내에서 ‘시민적 상식의 압력’을 느끼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민주주의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을 확장하고 성숙시키는 일에 앞장서야한다. 인권 등과 같이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생활문화 속에 심화시키는 것이다. 일례로 강의석 군 소송의 경우 인권차원에서는 우리에게 청소년(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민법상 친권자(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거소지정권’(거처해야 할 장소를 지정하는 것)도 미성년자의 인권 차원에서 문제되고 있다.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 문제는 종교적으로는 모태신앙의 문제, 자녀가 종교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권리문제로 담론이 확장될 수 있다.

   다음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열정적 예찬과 관용정신을 사회적으로 고양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종교 갈등은 정치, 사회, 문화적 경직성을 강화하는 쪽에서 주로 발생시키고 있으며, 갈등을 유발하는 쪽은 대체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을 표하지 않는다. 더불어 배타주의적 종교관과 청교도주의적이며 그리스도천년왕국 사상을 배경으로 해서 관용문화에서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즉, 국가적 거대 시스템과 시민의 사적 생활세계를 매개하는 중간조직 역할을 하는 종교조직의 배타성이,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경직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생활세계에서의 배타주의적 문화를 관용의 문화로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하자면 ‘공정으로서의 정의’가 확립되게 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공정’은 이런 것이다.  
   필자는 ‘템플스테이를 포교(선교) 프로젝트로 오해한 나머지 이를 시기하여 개신교 일부에서 선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처치스테이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유치한 작태이다. (...) 전국에 산재한 산중기도원에서 처치스테이를 한다고 하니 거기서 무엇을 보여주고 체험시킬 것인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교계 시민단체의 성명 중 일부)는 식의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가 한국에 들어온 지 100년이나 넘었으니 “무엇을 보여주고 체험시킬 것인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말은 지나친 예단이다. 

    이런 주장을 보자. ‘템플스테이 사업은 특정 종교의 관광사업이자 포교사업이다. 여기에 정부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렇게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 사실 정부 지원이 없이는 템플스테이 사업이 진행될 수 없으며, 이는 특정 종교를 위한 정부의 편향적인 지원이다.’(크리스천투데이)
   나는 이런 주장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는 학교를, 병원을, 복지시설을 사회사업이자 선교사업으로 해오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앞의 주장은 별로 매력적인 논리가 못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적 수행 전통과 습합되어 있는 그리스도교 기도원이나 수도원, 피정시설 등에서의 ‘처치스테이’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신부, 목사, 스님, 강호의 도인들이 상호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기준이다. 지원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사회적으로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세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종교문제는 원로 종교학자인 길희성 교수의 안목과 같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과 20여 년의 본격적 한국민주주의 역사와 (미국 독립혁명을 기준으로 하자면) 200여년이 넘는 서양 민주주의 역사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뉴스를 보니 기독교인 85%인 미국은, 어느 학교에서 기독교 종교행사 유인물을 나눠주는 불법행동으로 잡힌 피의자가 우연히 어린이 성추행범이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 윤남진
   종교단체도 시민사회의 상식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공정하고 정당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동하게 해야 한다. 그 길에 불교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목사님이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목사가 아니라 ‘먹사’라고 한다며 자조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자칫하면 ‘전통’의 담지자가 아니라, 먹고 살자고 전통문화 내세우는 ‘먹통’이라는 조소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정과 정의, 시민적 상식으로 우리를 무장하고 우리 스스로 그 상식을 발전, 심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것이다.

/ 윤남진(NGO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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