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신사동 폐기, 이대로가면 안양 거제도...
미아·신사동 폐기, 이대로가면 안양 거제도...
  • 이혜조 기자
  • 승인 2011.07.08 15:04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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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시행으로 사라지는 불교지명과 사찰길

정부의 도로명주소 시행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읍면동리의 소멸로 불교지명이 무더기로 사라졌고, 기존에 사용하던 사찰이름을 딴 도로명이 폐기된 점이다.

도로명주소 체계는 시군구 이름 다음에 바로 길(로) 이름이 붙게 된다. 기존에 '서울 성동구 도선동1'은 새주소에서는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279'로 바뀐다. 시군구 명칭 다음에 도로명이 따라붙게 됨에 따라 '도선동'을 비롯한 귀중한 불교지명을 담은 읍면동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 개운사길 화계사길 보문로 등 절 이름을 딴 도로명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면서 역사에서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됐다.

미아, 탑동. 대사리...흔적없이 사라진 불교지명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생긴다.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읍면동리 이름이 불교관련 지명이었다. 불교 지명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성동구 도선(道詵)동의 경우 도선 대사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신라 말 음양학에 조예가 깊고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시조다. 서울의 도선사 등 무수한 절을 창간한 스님이다. 도로명 주소가 오는 29일 고시되면 도선동이라는 동이름이 사라진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대사리를 비롯해 전국에 무수하게 존재하는 대사(大寺)리는 '큰 절' 또는 '한 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순 우리말을 사용해 '새절말'이라는 지명도 무수히 존재한다.

서울 강북구 미아(彌阿)동은 1동부터 9동까지가 존재하는 대규모 동네이다. 지금의 미아7동 불당골에 미아사가 있었으므로 이 절 이름에서 동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미륵과 아미타부처님을 뜻한다. 그런데 도로명주소로 인해 통째로 미아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인근의 동대문구 청량리동도 청량사에서 유래한 지명이나 사라졌다.

미륵불 기다리며 향을 묻은 '매향리'를 아십니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의 매향리(梅香)는 원래 '묻을 매'(埋)였으나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 '매화 매'(梅)로 바꿨다. 매향(梅香)은 미륵불이 하생하면 피우려고 바닷가에 미리 향을 묻어 두는 풍속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매향유적지인 이 곳의 새주소는 '기아자동차길, 가로지길, 놋우물길, 궁평항로, 띨뿌리길, 고온리안길' 등으로 변경됐고 일부지역만 '매향웃말길' 등으로 남아있으나 매향의 본래 의미는 상실되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10여 곳의 매향유적이 남아 있으나 지명으로 사용된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동네 자체를 문화재로 지적해도 손색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세력들이 주축이 돼 埋를 梅로 최근에 바꾸더니 도로명주소에서도 대부분 지역이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의 다른 이름인 부용(芙蓉)에서 딴 총북 청원군 부용면, 부산 서구 부용동, 경기 양평 영서면 부용리 등이 흔적 없이 폐기된다.

서울 은평구 불광(佛光)동은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뜻하는 불광에서 따온 지명이다. 바로 인근의 은평구 신사(新寺)동 역시 '새 절'이라는 뜻인데 이번에 사라지게 됐다. 전북 익산시 여산면 신사동도 같은 처지다.

동국대일산병원이 위치한 고양시 식사(食寺)동. 고려 때 피난 온 공양왕의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공양왕에게 몰래 밥을 지어 바친 절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동이름은 사라지지만 동국로, 식사로 등으로 변경돼 그나마 다행이다. 

이 밖에도 무량, 무안, 무진, 문수, 미남, 미륵, 백련, 법곡, 법동, 법산, 법성(영광 법성면 등), 법수, 법주, 법흐우 부용, 불당, 불암, 사, 사곡, 사동, 사촌, 속리, 야탑, 여의, 연산, 오도, 욕지, 원통, 원효, 장유, 제석, 조사, 청량, 칠성, 탑동, 탑평, 후사, 흥사 등 불교에서 유래한 읍면동리 지명이 사라진다.

▲ 정부의 도로명주소 검색사이트에 검색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륵부처님과 아미타부처님을 뜻하는 미아사에서 유래한 지명이지만 새주소 도입으로 '미아'라는 불교지명 자체가 사라졌다.ⓒ도로명주소 사이트 캡쳐.

사찰 이름을 딴 도로명도 거의 사라져

사찰 이름으로 사용하던 길도 대부분 행안부의 이번 조치로 사라지는 게 두번째 문제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가 위치한 경주시 도로명 주소는 불국로로 지정했으나 인근 불국사 주차장의 경우 '경주시 진현로27' 등으로 혼란스럽게 변경됐다.

어렵사리 회복한 개운사길을 비롯해 화계사길 보문로 등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절 이름을 따 사용하던 기존의 길이름이 이번에 채책되지 못했다.

행안부 도로명주소 업무편람에 따르면 '지명, 기존도로명, 역사적 인물 사건 및 유적 문화재 명칭, 지방연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부여하도록 세부기준을 정했다.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 지명은 정부의 기준에 그대로 들어맞지만 거의 무시당했다. '부적합 도로명'의 예시로 든 '특정 종교시설'이라는 단어 때문이라는게 일선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존도로명을 사용하도록 기준으로 제시했음에도 개운사길, 보문로를 없앤 것은 불교말살정책이라는 오해를 심어주기 충분한 사례들이다.

행정안전부 쪽은 "비록 6월 30일까지 이의신청기간이 끝났지만 단서조항인 '문화재로 지정된 종교시설'명은 사용가능하므로 이의신청을 받아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읍면동리 지명에서 사라진 불교지명을 회복할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행안부의 입장과 달리 2년 전부터 수정을 요구한 보문사의 주장에 대해 성북구청은 현형법으로는 어렵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선 이제와선 6월 30일을 넘겨 수정이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 년동안 불교용어와 지명을 연구한 박호석 법사(전 농협대 교수)는 "주소체계의 변경으로 읍면동리가 사라지면 역사성 등을 고려해 읍면동리의 지명이 들어간 길이름을 한 두개는 남겨두는 것이 영속성이나 이정표로서의 역할에 합당할 것인데, 유독 불교명칭이 들어간 읍면동리는 길(로) 이름에서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고양시 식사동처럼 식사동이 없어지면 식사로를 남겨둬 역사성이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호석 법사는 "종단에 말해도 소용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만나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불교닷컴>에 털어놨다.

종단과 불자들이 넋을 놓고 있는 사이 거제(巨濟. 크게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 안양(安養. 정토신앙에서 유래했으며, 극락의 다른 이름)등도 이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 안양은 시여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경남 김해시 생림면 안양리는 없어진다.  

전통문화 중요성 강조한 MB와 전통문화 없애는 공직자

이명박 대통령은 4월 8일 국가브랜드위원회 업무보고회에서 "한국적인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특화된 것으로 전통문화가 대표적인데, 전통문화는 주로 불교와 유교문화"라고 말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에서 문화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고유문화 자산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해 글로벌 브랜드화를 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사라지는 지명의 대부분은 불교관련 용어다. 더러는 유교식 지명도 포함된다.

불교와 유교 일색인 지명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부의 도로명주소 사업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것인지, 대통령이 불교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해 이 자리에서 빈말을 한 것인지,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 도움말 = 박호석 법사(전 농협대 교수.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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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제 2011-07-11 15:14:44
종ㄷㅏㄴ에.....

개독이문제냐? 2011-07-11 15:13:04
종단 무식이 문제지!.......



.............무식 멍텅구리.......


.......................................

불쌍한놈들......














.....

q부동산/ 2011-07-09 16:36:47
멀티로 날뛰는 거 웃겨.
그냥 칼뱅로, 야훼로 십자로 등 개독식으로 바꾸자고 해라.

동산수상행 2011-07-09 09:58:37
복원시킬 대안을 왜 박호석 법사께서 하나요?
종단에서 주지하며 보시받는 교역직(조계종 공무원)승려들이 해야지요.
문제가 있다고 정보제공한 것 자체만도 고맙고 감사해 해야지요.

부동산 2011-07-09 08:28:24
박호석 법사는 조사만 하지말고, 복원시킬 대안도 밝혀봐라!
기사가 짜증난다.
불교계가 당하는 일이 어디 하루이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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