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불교계와 문화재 전문가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는 경주 제2석굴암 건립 사업을 문화재청이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북 경주 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토함산 석굴암 근처에 석굴암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제2석굴암’ 건립을 10년 만에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화재청과 불국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문화재청은 최광식 청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4월 불국사 쪽에 “제2석굴암 건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달라”고 요청해 불국사측이 가설계안과 기본 계획서를 경주시 문화재과를 통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업계획안은 예산 300억여원을 들여 토함산 동쪽 기슭에 있는 석굴암 아래쪽 계곡 부근에 모형 전시실과 전실, 기타 신앙시설과 영상실, 기계설비실 등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홀로그램 등 첨단기술이 가미됐을 뿐 2001~2003년 건립계획안과 큰 차이가 없다. 문화재청은 “유리 속에 갇힌 석굴암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람들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 청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국사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현재 문화재청, 경주시청 등과 설계와 예산 편성, 여론 작업 등의 준비 과정을 진행중”이라며 “긍정적인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문화재학계는 유적의 자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사업을 공론화도 하지 않은 채 몰래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제2석굴암 재추진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감추지 않고 있다.
<불교와 정책> 운영진 법응 스님은 "석굴암의 파괴를 부추기고 불교의 상업화와 세속화 등을 우려해 반대한다"며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김창준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은 “석굴암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10여년 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좀더 진전된 대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제2석굴암 건립안은 2001~2003년 문화재청과 불국사가 유적 보존과 관람객 접근성 확보 등을 내세워 추진하려다 불교계와 관계전문가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