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을 축하할 수만은 없는 이유
대학 입학을 축하할 수만은 없는 이유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3.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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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3월 2일 초, 중, 고등학교가 일제히 입학식을 거행했습니다. 많은 대학에서도 이번 주에  입학식이 치러졌습니다. 대학입학을 향한 눈물겨운 도전과 경쟁을 생각하면 그 어려운 관문을 뚫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생한 본인은 물론 뒷바라지한 부모들 모두 축하 받을만한 일일 것입니다. 고생한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에 입학했다고 마음 편하게 축하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골탑이 아니라 인골탑을 넘어 쪼글탑

대학 입시만 통과하면 ‘고생 끝 행복시작’이라며 공부에 매진하라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향한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지만 현실은 장밋빛이 아닙니다. 경기불황에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경제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탓에 부모들이 대학생 자녀의 등록금이며 모든 생활비를 부담하기 어렵게 되면서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대학에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지방에서 소를 키워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고 해서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습니다. 이제는 소를 팔아서 대학등록금을 댈 수가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최근 30년 동안 소고기 생산자 가격은 3배 오른 반면 대학등록금은 13배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36% 오르는 동안 대학 등록금은 116% 인상되었습니다. 이제 ‘우골탑’이 아니라 부모의 등골이 빠진다는 ‘인골탑’을 넘어, 쪽방에 쪼그려 자며 대학을 다녀야 하는 ‘쪼글탑’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휴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이제 사립대학 한 학기 등록금은 400만원에 이르고 일 년이면 천만 원입니다. 물론 자연과학계, 공학계, 예체능계, 의학계 등록금은 더 많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20위권임에도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매년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사립대에 주고 있지만 이것이 대부분 법인의 자산이 되는 땅이나 건물을 매입하거나 공사대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2009년 사립대가 땅이나 건물을 매입하거나 공사를 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총 1조2668억 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기부금으로 대학들은 학생들의 장학금을 늘리거나 기숙사를 짓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등록금은 오르고 대학은 장학금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니 학생들의 선택은 등록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월 한 조사에서 대학생 4명 중 1명이 "이번 1학기에 등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고, 등록을 포기하는 이유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가 44.7%로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지난 연말의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 응답자의 88.6%가 등록금 마련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잘 사는 집의 대학생들은 단기 영어 연수를 위해 필수로 휴학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는 휴학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등록금 마련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 926시간

등록을 포기하지 않은 대학생들은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거나 생활비를 벌어야 합니다. 운이 좋아 아르바이트로 과외 자리라도 하나 얻으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잡지 못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320원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4,110원에서 5.1% 인상된 것입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루 5시간 한다고 하면 일당 2만원 남짓 받을 수 있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총 926시간, 하루 5시간 씩 185일을 일을 해야 합니다.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5시간씩 일을 해야 겨우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 매일 5시간씩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나마 등록금은 마련한다고 해도 지방대 학생의 경우는 하숙비며 생활비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시내 대학 재학생 27만여 명 중 14만여명이 지방 출신이지만 대학 기숙사는 전체 지방 학생 수의 약 12%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학자금 대출을 비롯한 대출입니다. 당장 필요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들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2010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2만6000명으로 3년간 7배 증가했습니다. 2007년 3785명에서 2008년 1만250명, 2009년 2만2142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대학생의 미래, 신용불량자

지난해 정부는 학기 중 대출금을 갚지 않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도입했으나, 취업이 안 돼도 이자가 계속 붙는 문제 때문에 당초 정부가 추산했던 100만 명의 20% 수준인 23만 명만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직업포털 잡코리아가 작년 대학 졸업예정자 11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이 빚을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해서 낭만적인 캠퍼스활동을 기대했던 학생들이 가혹한 현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지치고 휴학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이고 학자금대출에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저의 이런 예측이 맞지 않기를,  대학 새내기 신입생들의 미래가 밝고 탄탄대로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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