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백화점 보다 시급한 일
복지백화점 보다 시급한 일
  • 이기표 부산보현의집 원장
  • 승인 2011.03.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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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 원장의 세상이야기] 복지논쟁에 대해

 요즘 정치권에서는 복지논쟁이 치열하다. 1,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정치상품이겠지만 유력정치인들마다 나름대로의 복지정책을 마구 쏟아 내고 있다. 제각각 내놓는 종류도 다양하다. 자활형복지, 맞춤형복지, 보편적복지, 포괄적복지, 일자리복지, 무상복지, 반값복지 등등 가히 복지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일류복지국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복지상품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면 남이 사용하다 버린 폐기품이거나 중고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선거용이란 말이 나오고, 포퓰리즘이란 말이 나오고, 기만술이란 말이 나오고, 짝퉁이란 말이 나오고, 실현가능성 없는 정책남발로 사회적 갈등만 키운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무슨 복지가 되었든 복지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 보호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경제와 사회적 신분의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두 번째는 사회통합과 안정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삶의 질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소외계층의 불만을 없애 사회를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정치권에서 논쟁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복지정책들이 그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한 예로 독거노인들의 생활상을 살펴보자.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노숙자쉼터의 무료급식소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아오는 독거노인이 하루에도 수 십 명이다. 그나마 거동을 할 수 없어 식사를 배달해줘야 하는 가정도 많다.

 이들 거의가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딱한 형편들이다. 오로지 정부에서 주는 생계지원비로만 살아가는데 방세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병이 깊어도 약 한 봉지 사기는커녕 전기세를 아끼느라 엄동설한에 냉방신세가 다반사다. 요양시설에 가고 싶어도 장기요양은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전 국민 무상의료시대가 온다 해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부축해줄 사람 없이는 병원조차 찾아다닐 수 없는 이들에게서 무슨 존엄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진복지를 자랑하던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의 여러 나라가 복지예산의 과도한 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듯 과도한 지원은 국가재정의 파탄으로 이어져 그 나마의 지원도 할 수 없는 쪽박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하여 세계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경제적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수혜계층 모두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주는 일에 투자를 늘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자활복지를 통해 경제적 안정과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없는 사람이나 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그들 스스로가 생활을 결정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노령인구의 팽창이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력은 저하되고 의료비부담은 늘어간다. 건강이 나빠지니 보호에 대한 부담도 커져서 자식들마저 부양하기를 짐스러워한다. 거기에 사회적 관념이나 가족제도의 변화까지 겹쳐 독거노인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자활력이 없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순전히 정부의 생계지원비에만 의지하며 비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령화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모두의 미래 모습이다. 복지의 목표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주는 것이라면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과 같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자립이 불가능한 계층부터 우선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보살펴주는 똑똑한 복지정책이 절실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노인과 장애인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하물며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유력인사들의 복지정책에 우선순위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보편적복지도 좋고, 포괄적복지도 좋다. 전 학령아동에 대한 무상급식도 좋고, 전 국민에 대한 무상의료서비스는 더욱 좋다. 그러나 그 모두를 한꺼번에 시행할 여력이 없다면 보호가 시급한 계층부터 순서를 정해 놓고, 그들 한 사람이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복지정책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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