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날치기 파동 35일, 현실을 진단하자
예산 날치기 파동 35일, 현실을 진단하자
  • 법응 스님
  • 승인 2011.01.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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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족문화수호는 과학과 행정이 우선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예산안이 날치기통과 된지 오늘로 35일 째다. 조계종이 날씨만큼 이나 춥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 1월10일 민족문화수호위원회(공동위원장 영담 스님)는 청계광장에서 1080배로 의지를 다졌으며, 성도재일에는 전국사찰에서 관련한 법회가 봉행됐다.
 
행정이 주 업무인 총무원의 교역직 등 종무원들이 혹한 속 길거리정진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절박성과 의지만으로는 현안이 뜻대로 진행될 수 없음도 잘 알 것이다.

지난 35일 간 여러 조치를 취했으나 핵심을 비껴갔다. 현장의 실측과 설계도 없는 공사는 부실일 수밖에 없고, 세상 사람들이 공감할 새로운 디자인 없이 매출실적을 올릴 수 없다. 청와대, 한나라당 등 정치권, 정부의 각 기관, 언론계, 학계, 일반국민은 물론 타종단도 주시하고 있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신뢰성을 확보하며, 봐라 우리가 옳지 않으냐 함부로 까불지 마라며 호통을 치려면 냉철한 머리와 진정성을 기본으로 한 과학적 문제제기와 행정 외 다른 대안이 없다.

우선 할 일은 전국의 유 무형, 지정과 비지정성보문화재에 대한 입체적인 실태의 진단, 문화유산 보호의 각종환경 조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당장 전체가 힘들면 우선적 각 교구본사별 사례만이라도 일부제시해야 한다. 그 열악하기 그지없는 보전상태와 문화재정책을 세상에 고발해야 한다.

종단은 목표를 정하고 조사, 정리, 대국민 홍보, 대책, 국가에 요구라는 계획 하에 진행해야한다. 이는 현 종단의 내부인사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 하며, 식견 있고 부지런 하며, 책임감 있는 전문가의 영입이 필요하다.

대장경 천년행사 종단이 중심이 돼야

지난해는 조계사 창건 100주년이었다. 수도 서울에서 조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그러한 조계사100주년 행사가 어떻게 지났는지 기억이 없다. 한마디로 별 볼일 없이 너무나 무의미 하게 보냈다. 이는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을 세상에 공개함이며, 정권 등으로부터 우리를 우습게 보이게 한 한 원인임을 깨닫자.   

금년은 대장경1000년의 해다. 대장경 천년행사를 세계적 행사로는 어렵다 해도 동북아가 떠들썩하게는 해야 한다. 아니 세계적 행사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고려대장경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관련됐다. 당시 온 국력을 쏟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며, 거대하고 총체적인 의미이며, 첨단 과학의 목판이고 장경각이다. 천년 행사는 반드시 종단이 나서서 거국적 행사로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문화유산인 동시 성보인 대장경에 대한 불자로서 의무이며 예의다.

현 2011년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제’를 보면 다섯 개의 주제로 나뉘었다. 첫째, 사전 행사로 대장경 이운재현 등 행사 두 번째, 공식행사로 대장경 뮤지컬 행사 등 셋째, 상설행사로서 보리수공연장과 천년의 마당에서 쇼 프로그램 등 넷째, 특별행사 및 부대행사로서 108배 릴레이 기네스 도전 등 다섯째, 전시행사다. 다양한 프로그램인 듯하나 대장경의 역사적, 과학적, 문화적, 시대적 의미와 이를 통한 한국불교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널리 선양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대장경 천년 행사는 종단이 앞장서서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저력을 마음껏 뽐내야 하는 행사로서 당장 종단차원으로 재고돼야 한다. 민족문화를 잘 수호하고 선양 한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그 질적 양적 의미를 외면한다면 세상은 우리를 외면할 것이다.

종단 위기의식, 긴장감이 있나

정권에 의한 종교편향, 이웃 종교의 호전적 도전, 내부혁신의 부재 등 1700년 뿌리 깊은 나무이며, 깊은 물인 조계종이 흔들리고 샘이 마르려는 위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불교가 뿌리 깊은 나무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는 주변의 각 산과 봉우리의 명칭이 불교문화에 바탕 했음을 알면 누구든 쉽게 이해된다. 그 산지가 난 개발로 파괴됨은 즉 불교의 파괴인 것이다.
 
이번 사태에 종단이 행정, 이론적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초라할 것이다. 각 본사에 대한 조치도 종단에서 완벽한 계획을 수립해서 하달해야 한다. 건실한 토대이론과 깊은 인식의 철학성 없이는 될 일이 아니다. 민족문화수호가 절박하다면 공동위원장은 타 소임이 없이 이일에만 전념 가능한 승려로 해야 하며, 부득한 경우라면 그 직하에 능력 있는 중진에게 직책을 부여해서 능률적으로 처리토록 해야 한다.  

종단이 치밀한 계획 없이, 현실의 행정행위 없이, 누구를 상대하는 것인지 애매한 규탄만 요란 하다면  더 큰 시련에 봉착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진행결과로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결코 일정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쯤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 등 전열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밀한 내부진단 없이 성과는 고사하고 되레 코너로 몰릴 수 있다. 총무원장스님이 총무원청사에서 숙식하며 독려해도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부정키 어렵다. 미래의 실패를 두려워하고 현재를 정비하자! 조계종 혹한에 갈 길이 멀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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