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구제역,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1.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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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구제역이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구제역 판정을 받은 엄청난 수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으로 살처분 되고 있다니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예로부터 가축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제물 이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소였다. 희생정신이라는 말도 소와 관계가 있다. 제물로 바칠 때 소는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해도 태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후대에 ‘희생(犧牲)정신’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이때 희생이라는 말이 모두 소우 변이다.   

죽임을 당하는 소가 정말 그것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할 수 있을까.  옛날에 장자가 속세를 멀리 하려고 했을 때, 어느 높은 사람이 깍듯하게 예를 갖추고 높은 관직을 미끼삼아 장자를 초빙하려 했다. 하지만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거절했다. “자, 희생제물로 바치는 소를 보시오. 훌륭한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지만 만약 그 소라면, 돼지와 같이 생활 하더라도 희생제물이 되는 것은 싫다고 할 것이오. 나 역시 아무리 많은 녹봉을 받는다 해도 관리의 생활은 딱 질색이외다.” (모로하시 데쓰지, <십이지 이야기>, 바오)  

구제역이 날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걱정과 의심도 늘어간다. 과연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것일까. 정부는 공식적으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해 "정부는 구제역이 사람에게 옮기는 병이 아니어서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올 초 공식적으로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르다.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구제역이) 사람에게 즉시 전염되지 않고 공중보건상 위험이 없지만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몇몇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영국의학저널(BMJ)은 2001년 3월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 즉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이나 종간 장벽(spicies barrier)을 뛰어넘기 어려워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도 2001년 11월 “19세기 구제역으로 인해 적어도 두 사람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1997년 독일 학자 바우어는 논문을 통해 “구제역이 인수(人獸) 공통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1966년에 인체 전염이 확인된 이후 최근 몇 십년간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조지아대 수의학과는 “구제역이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드물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 감염 매개물이 될 가능성”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가축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carrier)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구제역 바이러스는 위산에 민감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로 발병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기를 삼키기 전에 구강 내에서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나 입안, 입술 등에 궤양이 있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는 드물게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과학적으로 아직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절대로 전염되지 않으며,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농식품부의 논리대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왜 세계 각국은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에서 생산된 쇠고기와 돼지고기 및 쇠고기 가공제품, 돼지고기 가공제품의 수입을 전면금지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정부는 공포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의무가 있다. 축산업계의 경제적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만의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위험이다. 위험에 대비한 예방조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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