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조선궁중요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으나 단순한 요리는 신청대상도 아니거니와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신청한 3개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우리와 달리 식재료를 구입하는 방법, 조리하는 방법, 상차림과 식사문화, 요리의 역사와 그에 담긴 이야기 등을 테마로 한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한다.
프랑스요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요리의 예술적 테크닉과 조리과정의 장인정신 등이 세계유산으로서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지중해음식은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식재료와 축제적 성격의 식사문화가, 옥수수와 콩이 주재료인 멕시코요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인간은 음식에서 비롯되었고, 음식을 통해 신과 인간이 교류한다.’고 믿는 그들의 음식에 대한 경외심이 각각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식문화가 있다. 다름 아닌 우리 한국의 사찰음식문화다. 우리의 사찰음식은 프랑스요리보다 훨씬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예술적 감각이나 조리과정에 들이는 정성 또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의 사찰음식은 지중해의 환경에 뒤지지 않는 청정자연에서 수확한 계절채소와 약초를 식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세계 제일의 웰빙식품이자 건강식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의 사찰음식은 우주생명정신인 음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자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려 조리하는 소박하면서도 가장 자연친화적인 식품이다. 또한 사찰음식문화는 수행의 연장으로서 먹을거리를 베풀어 준 자연과 농부에게는 물론 곡식 한 톨 한 톨에 대해서도 지극히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음식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절제력과 미물과도 나누는 보살정신까지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사찰음식은 ‘때 아닌 때에 먹지 않고 필요할 때에 적당히 먹는’ 공양법에서 보듯 식도락이나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약’으로서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인간에게만 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체의 찌꺼기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찰음식문화의 청결성이야말로 음식물 쓰레기로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환경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사찰음식문화는 이미 세계문화유산이 된 나라의 음식문화가 갖고 있는 것 이상의 전통과 역사와 규범과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사찰음식문화야 말로 인류의 미래를 지켜줄 가장 훌륭하고 이상적인 식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우수성을 널리 이해시킬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스토리텔링 작업에 정진하여 이야기를 축적해간다면 얼마든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고,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물론 인류의 건강과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다. 프랑스, 지중해, 멕시코 음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는 그들 정부에서 10년이란 오랜 세월동안을 끊임없이 지원해준 결과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마침 정부에서는 ‘한식(韓食)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정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한식의 뿌리인 사찰음식의 우수성부터 알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슨 문화가 되었든 뿌리 없는 문화는 어디에서고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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