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체험은 일반인들의 일상생활과는 한결 다르다. 우선 잠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꼭두새벽인 두세 시에 기상하여 새벽예불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참선과 독송, 울력과 3보1배, 또는 108배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발우공양이라고 하는 식사방법도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음식을 받는 일에서부터 먹고 치우는 일까지 절차가 엄격하고 삼가야 할 것들이 많다. 또한 덥다고 해서 함부로 벗을 수도 없고, 피곤하다고 해서 자세를 흐트러뜨릴 수도 없다. 늘 단정해야 하고 정숙해야 한다. 자유분방한 생활에 길들여진 일반인들에게는 한마디로 속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템플스테이가 여러 가지 체험프로그램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 일주일 단기코스에 참가했다는 대학동아리방을 찾아갔다.
“젊은 학생들이 더운 여름에 래프팅이나 해수욕장으로 튀지 않고 산사에 틀어박혀 지내는 이유가 뭔가?”
그러자 눈빛이 밝은 여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산사생활은 일상의 모든 짐을 덜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그러한 체험들을 통해 몸과 마음을 말끔히 닦을 수 있으니 이처럼 시원한 피서지가 어디 있겠는가.”
입산한지 사흘째라는 젊은이의 수행경지가 어느 대덕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다시 서울에서 왔다는 모자(母子) 커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얘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뭐든지 자기밖에 모르던 망나니였는데 작년 여름에 한번 참가한 뒤로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됐어요. 엄마 말도 잘 듣고, 친구들도 배려할 줄 알고, 인내심이나 공부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진 것이 완전히 인간성이 회복된 거예요.”
청정한 자연을 호흡하며 얻어지는 건강도 큰 선물이겠지만 템플스테이는 곧 인간성을 회복시켜주는 가장 훌륭한 인성교육(人性敎育)이었던 것이다.
단 며칠간의 산사생활을 통해 욕심과 아집을 버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절제하고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다행하고 유익한 일이랴.
더욱이 인간성상실에 의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세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사회나 국가가 입는 상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때에 템플스테이를 통해 인간성을 되찾는 이들이 있다면 그 수가 얼마가 되었든 산사체험은 더욱 장려되어야 하고 활성화 되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템플스테이를 주관하는 불교계에서도 그것이 단순한 산사체험이 아니라, 인간성을 회복시켜주는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인성교육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가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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