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다. 수도권에서는 그보다 바닥이라는 한탄이 크다. 한마디로 집권여당과 불교계의 공동참패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인들 가운데 불교를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 신앙보다 유권자의 지지다. 하여 선거철만 되면 얼굴 알리기에 유리하고 표의 결속력이 강한 교회나 성당을 기웃거리는 인사들이 많다. 그런데 불교계 인사들 중에는 아예 개종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뜻을 품었던 어느 지극한 불자도 불교계의 무관심에 크게 실망하고 회의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사암연합회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종교라 해도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 정치는 곧 권력이고, 권력으로부터 배제당하면 서러움이 깊다. 기독교인 대통령이라 정부기관이 불교를 홀대한다고 서운해 하며 아우성을 친 것이 어제 일이다. 불교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 불교계는 인재를 두고도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유력한 불자가 선거에 출마했다 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불자들을 결속시킬 네트워크가 약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개신교 신자들은 자기 교회 신도 가운데 누군가가 공직에 출마하면 자원봉사단을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준다. 무차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이웃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의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또한 정부나 지방기관의 임명직에도 그들의 입김은 거세게 작용한다. 임명권자에게 자기네 신도를 추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빅딜까지 요구하는 판이다.
그러나 우리 불교계는 그러한 적극성이 태부족이다. 세속에 초연한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불교계의 통념으로 돌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다행히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불자의 정계진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불교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모든 불자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전체인구의 30% 이상이 불교인임을 내세우면서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가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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