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호법부가 백주대낮에 조계사 인근에서 스님 1명을 납치하다시피 끌고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법부는 5일 오후 4시께 견지동 45번지 조계사 인근 산중다원앞에서 직원 5명을 시켜 법응스님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던 법응스님은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이날 사태는 애초 호법부 모스님이 법응스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연락, 산중다원에서 오후 3시 30분에 만나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마친 법응스님이 산중다원을 나서려는 순간 호법부 스님 5명이 앞을 가로막아서며 법응스님의 팔다리를 잡고 강제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법응스님은 얼굴과 목 등에 찰과상을 입었고 통화중이던 휴대전화까지 빼았겼다. 조계사 뒷편을 지나가던 일반인들도 이 사실을 목격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한 종회의원이 종로경찰서에 신고했으며 법응스님도 출동한 경찰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4시 20분께 총무원 청사로 출동했으나 청원경찰등이 입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이다 4시 35분께 호법부에 겨우 진입했다. 호법부에 들어간 경찰은 법응스님과 신고한 스님 등 2명을 대동하고 종로경찰서 광화문지구대로 이동했다.
▲ 호법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법응스님을 긴급 출동한 종로경찰서 형사들이 경찰차를 이용, 경찰서로 이동시키고 있다.
호법부는 취재진의 접근을 불허하고 법응스님을 연행한 이유에 대해 함구중이다. 조계종 소식통에 따르면 호법부는 최근 비구니스님들 앞으로 팩시밀리를 통해 총무원장의 사생활과 관련한 괴문서가 전송됐으며 이 과정에 법응스님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다는 것이다.
법응스님은 경찰서로 가는 도중 기자들에게 "호법부에서 말하기를 최근 일부 비구니스님들 앞으로 한통의 팩스가 전달됐는데 그 내용이 현 총무원장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호법부에서 이 팩스를 전송한 사람이 나라고 근거없는 단정을 해 강제로 납치해 감금했다"며 분개했다.
한편 혜화경찰서 소속 형사는 이날 법응스님을 조사중인 종로경찰서 광화문지구대에 법응스님과 거의 비슷한 시각에 도착했다. 혜화경찰서에서 법응스님과 비슷한 시각에 종로서 광화문지구대에 도착한 것은 누군가 혜화경찰서에 법응스님이 지구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또 총무원장의 관할구역은 경국사이므로 성북경찰서인데 왜 혜화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는지도 의문이다. 혜화경찰서는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이 위치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이에대해 혜화경찰서 관계자는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법응스님을 붙잡아 뒀으니 와서 조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실토하고 "총무원측에서 정식으로 고소고발을 한 것은 아니고 수사의뢰를 해 현재 내사중이며 뚜렷한 물증등은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법응스님은 종로경찰서에서 납치 감금 폭행에 관해 피해자 조사를 오후 8시 50분께 마쳤고, 호법부 스님들은 가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