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입은 도둑 되지 말아야..."
"가사입은 도둑 되지 말아야..."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3.17 18:22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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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2010년 봄, 길상사·봉은사 풍경
# 2010년 3월 11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구급차 한 대가 들어서고 스님 한 분이 들것에 실린 채 내려지고 있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법정(法頂) 스님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40분 뒤, 종각에 매달려있던 범종이 길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입적을 알리는 울음이었다.

# 삼각산 자락의 길상사는 1980년대 말까지 최고급요정이었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진 사찰이다.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 보살이 7,000여 평의 대지와 40여 동의 건물 등 1,000억 원이 호가하는 엄청난 재산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은 법정스님이 횡재했다고 부러워들 했었다. 물론 화주인 김영한 보살로부터 그 자리에 절을 세워줄 것을 부탁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시주받은 것이니, 절을 세운다 해도 얼마든지 사유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화주의 시주를 수 년 동안이나 사양하다 7년 뒤인 1995년에야 그 뜻을 받아들여 절을 세우고 자신은 간간히 들러 법문을 할 뿐 강원도 화전민이 살던 농가에서 여생을 수행정진했다.

# 스님은 당신이 세운 절마저 당신의 것이 아니라며 머물러있기를 꺼려했다. 그리고는 승복 한 벌만 달랑 싸 짊어지고 강원도 깊은 산골의 오두막에 은거하다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의식을 갖기 위해 들것에 실린 몸으로 길상사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머물지를 않았다. 자기 것이 아닌 곳에 몸을 눕히고 있는 것마저 미안했음인지 도착한 지 40여분 만에 입적에 들고 만 것이다.

스님의 입적을 알리는 타종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길상사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길게 늘어선 추모행렬 속에는 불교신자 뿐 아니라 묵주를 굴리는 수사도 있었고, 성호를 긋는 수녀도 끼어 있었다. 개신교 신자도 있었고, 원불교 신자도 섞여 있었다. 생전에 스님이 보여준 ‘무소유’와 ‘소통’의 정신은 이처럼 종교의 벽을 넘나들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이들이 꿈꾸는 삶의 정신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 스님은 마지막 가는 길에도 자신을 위해 관을 짜지 말 것과, 장례식을 치루지 말 것과, 자신이 남긴 책마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난 철저한 무소유정신에 삼라만상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스님의 다비식이 있던 날, 관도 없는 법구가 장작더미에 얹혀 지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어느 사람은 ‘스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불교를 폄하하고 불교를 저주하는데 앞장섰던 장경동 목사 같은 사람도 ‘종교적인 것을 떠나 스님은 욕심으로 가득 찬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며 아낌없는 경의를 표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스님께서 보여준 무소유정신이 이 세상을 얼마나 맑고 향기롭게 했으며, 무소유라는 불교정신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찾고 있는 시대정신인가를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 3월 14일 오전, 송광사 다비장에서는 한 줌 재로 산화한 법정스님의 습골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한국불교가 자랑하는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1,0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요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명진 주지스님은 며칠 전 입적한 법정스님을 추모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법문을 시작했다.

이어 종단에서 발표한 ‘직영사찰’안에 봉은사가 포함된 것을 강력히 반대하며 "무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 없을 시에는 전국 사찰과 신도를 대상으로 한 봉은사 직영 폐지를 위한 1000만인 불자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만약 섣불리 옛날과 같은 못된 방법, 폭력적인 방법으로 봉은사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목숨을 걸겠다. 부처님과 불법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을 던지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 그 말대로 불제자 된 몸으로 부처님과 불법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면 그것은 참으로 거룩한 일이다. 그러나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로 종단의 결정에 대한 이해당사자다.

그리고 다른 사찰의 직영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의 직영화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더욱이 스님은 불교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분이 "그동안 사찰 주지 임면 과정에 바깥으로 내 보일 수 없는 검은 거래가 있었다."고 폭로한 뒤 "직영사찰에서는 총무원장이 주지가 되어 직접 운영을 하고, 파견 나가 있는 사람은 '재산 관리인'이 된다. 총무원장은 기분이 나쁘면, 아니면 쓸 돈을 안올리면, 언제든 재산관리인을 쫓아낸다. 몇 개월만에도 바꾸고, 1년만에도 바꾼다. 말 잘 듣고, 용돈 잘 갖다 주면 2년도 하고 3년도 하고, 이게 직영사찰"이라며 종단을 비난했다고 한다.

# 제 얼굴에 침 뱉기를 떠나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한국불교의 위상은 무엇이 될 것인가? 부처님을 팔아 사리사욕만 채우는 형편없는 집단이라 힐난하지 않겠는가.

봉은사는 시쳇말로 ‘알짜사찰’이다. 시주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 그러한 사찰을 중심으로 기득권 싸움을 벌이는 것은 ‘스님들이 돈 싸움을 벌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명진 스님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한 스님이 불교지도자로서의 체통마저 버리고 종단의 결정에 불복하며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막말을 퍼붓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망연할 뿐이다.

그것이 하필이면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에 대한 추모열기에 힘입어 불교의 향기가 국민정서를 적시고 있는 때다. 그리고 법정 스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기에 행복해 하는 중생들에게 더 이상 탐욕의 추태를 보인다면 그것이야 말로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가사를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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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2010-04-02 23:40:37
애정은 이해가 되는데요,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가자세요???

헉!!! 2010-04-02 23:38:28
좋은데요,

정견에 대한 고민은 좀 하세요???

헉!!! 2010-04-02 23:35:00
오직,

명진 스님의 탐욕의 추태로만 보인다고요???

걸망 2010-03-28 22:24:41
김연아 올림픽 금메달 순간에 스리슬쩍 mbc관제 사장 임명하자 이를 본받아 법정스님 입적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스리쓸쩍 봉은사를 직영화하다..이게 말이 되니? 이 정부 들어와 하는짓이 매양 이렇다.. 자승이가 이런 것 까지 본받아서 불교를 개독에게 바쳐야 하니? 그렇게 총무원장이 탐나고 구린게 많니? 어째 이런걸 한번 까봐라..자승의 돈도 많다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이 벌었다니..?? 등등..

우담바라 2010-03-26 14:28:39
이보시게 이기표원장님 알짜니 돈이니 하지마시게...개나 소나 기고는...너나 첫음부터시작하세요.명암에 직책 여러개 있는0치고 제대로하는거 하나없더라.관세음보살 독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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