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나를 묻는 이가 있다면?
그 질문이 선문선답(禪問禪答)이라고 한다면? 글쎄???/
그 질문이 즉문즉답(卽問即答)이라고 한다면? 글쎄???/
한 톨 먼지만한 것도 드러내 놓을게 없고
한 낱 깃털보다 가벼우나 천하를 흔들어도 어느 한 곳 흔적도 없는데
천하에 제일 가는 무적도 들어올릴 수가 없는 중압(重壓)의 이것을 묻는다면?
천지가 밝아서 눈이 부시도록 찬연한 향내음을 피우지만
두 눈을 감고 흠씬 취해줄 반연(絆緣)의 짝은 되지 못하고
백천만겁을 돌고 도는 왕래마저 멈출 수 있는 자가 없는 이것을 묻는다면?
색성향미촉이 없는 법이니 묶어둘 수도 없고
안이비설신이 없는 뜻이니 족쇄도 채울 수 없는데
천개의 날개를 단 것보다 빠르게 설왕설래 하는 이것을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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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물은 다음에야 무슨 답이던 답이 있어야 하리라
하나 밝기로 본다면 하늘의 일광이라 어질게 본다면 다시 짝이 없는 근본이다
하늘 위, 하늘 아래, 풍족하고 넉넉한 봉행(奉行)으로만 본다면
보임(見)의 공덕이 보임 없는 공양(性)으로 충만한 법체(法體)다
체(體)란 것이 서로 만남에 응하는 상(相)으로 부터 용(用)을 쓰는 것을
부득히 하여 너의 마음이라 하고, 나의 마음이라 하고,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 하는
이것을 두고 어찌 누구인가 하고 물을 것이며, 누구다, 무엇이다 하고 답할 것인가!
불생불멸 하는 이것을 두고, 불구부정 하는 이것을 두고, 부증불감 하는 이것을 두고
마하반야바라밀을 닦아야 한다고 즉설주왈 한 것이다 어디에 목젓을 걸어 둘 것인가
묻는 것도 답에 즉한 것이고, 답 또한 물음에 즉한 것이니 그냥 그대로 놔두면 될 것을
남의 것은 모든게 분별이고 제 것 하나는 선문선답이라 답이 없는 답이라고 안다
문득 깨달은 바가 문득 사라질까 처처념념(處處念念)을 뚜렷하게 챙겨가야 하는
오직 하나 이것을 두고, 무명(無明)이라 무상(無相)이라 무아(無我)라 하여
갈바 없는 오리무중에 가두기도 하고, 참구(參究)라 활구(活句) 참선(參禪)이라 하는
등등의 악습(惡習)으로 염색(染色)된 죽은 정신의 염의(殮衣)를 입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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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너에게 너가 누구냐고 묻거던 너와 내가 다를게 없는 그냥 불자라 하고
불법을 배우고 익히며 깨쳐가는 법연자라 하자 그래도 그 말에 별무리는 없으리라
그저 그냥 능인해인, 능인해인이라 능히 어진 인(仁)의 길을 걷는 자라 하자
너로, 나로, 우리로, 그리고 모두 함께로, 그렇게 사는 자라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