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려울 수록..
 피안화
 2009-02-12 14:14:56  |   조회: 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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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요즘처럼 세상이 길을 잃고 나뉘어 다툴때야 말로 우리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생각을 나누었으면 해서 그 기사를 올립니다.
(원문보기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90033)

[시론] 용산 참사 치유가 종교의 역할

우리 사회에는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곧 밀어 닥칠지 모르는 구조조정과 대량 실직의 두려움에 불안하고 스산하다. 그런 시대적 위기감 속에서 용산 참사를 대하는 마음이 더더욱 아팠다. 정부와 여러 사회단체는 여전히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와중에 ‘용산 참사의 상처’는 더 곪고 있다. 치료받아야 하고 어루만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안중에서 밀려나고 있다.

용산 참사가 터지자 여러 종교 단체들이 ‘사회 참여’라는 이름을 들고 용산으로 달려갔다. 지난주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 불교단체의 시국 법회, 개신교계의 목요기도회가 있었다. 물론 종교단체는 주요 사회적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의사 표명을 할 수 있다. 그건 종교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종교단체가 용산 참사에 대해 던진 메시지에는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보다는 반목과 대립의 수사학이 더 드러나 보였다. 그건 시민의 기대와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말이다.

1980년대 군사정권 아래서 민주화 운동의 기치를 들던 종교인을 향해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시대의 어둠을 찢는 그들의 외침을 통해 시민들은 치유를 경험했다. 종교인을 통해 시대적 아픔이 치유되는 역사적 체험을 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선각자이자 치유사였다.

 그럼 이번에는 어땠을까. 용산으로 달려간 종교인을 향한 시민의 반응은 어땠을까. 시민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80년대처럼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아니다’라며 고개 젓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교인들의 선언적 외침이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시민의 아픔과 불안의 마음에 감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종교가 ‘칼날 같은 재판관’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용산 참사의 비극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용산의 종교인’들은 치유의 메시지, 용서의 메시지, 회복의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럼 종교의 주된 사회적 역할은 뭘까. 통합과 연대, 그리고 화합이다. 한마디로 ‘소통’이다. 종교는 소통을 위한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그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의 모습은 어떤 걸까. 투쟁의 종교, 대립의 종교, 갈등의 종교, 선언의 종교일까. 아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건 ‘감성의 종교’다. 용서의 감성, 치유의 감성, 회복의 감성을 가진 종교다.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먼은 이 시대의 실존적 특징으로, 언제 어디서나 출렁대는 ‘유동하는 위험과 불안’의 상황을 꼽는다. 이 위험과 불안의 시대에서는 종교의 감성적 역할이 새롭게 요구된다.

얼마 전, 용산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김권찬씨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만났다. 그 만남을 보며 많은 시민이 ‘그래 이것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더러는 눈물도 흘렸다. 많은 시민이 이 조그만 만남의 의식을 통해 종교가 수행하는 용서와 화해, 치유와 소통을 체험했다. 용산 참사라는 속(俗)의 고통이 어떻게 성(聖)과 소통되는지를 절감했다. 그럴 때 종교는 시대가 요구하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시대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종교는 전통적 의미의 주류 종교처럼 제도적인 규율과 집합적 지향성을 강화하는 딱딱한 종교가 아니다. 유동하는 위험과 불안 앞에 ‘홀로 선’ 개인들에게 일상적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종교,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고 추구할 만한 곳으로 감응케 하는 부드러운 감성의 종교가 요구된다. 이 시대의 영혼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외침과 대결이 아니라, 어루만짐과 치유, 회복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의 아픔과 고통의 치유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과
2009-02-12 14: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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